결국 ‘法꾸라지’ 우병우 못잡아

입력 2017-04-18 05:00

국정농단 사태의 마지막 퍼즐로 지목됐던 우병우(사진)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결국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부실 수사’ 논란 속에 구속영장 재청구 등의 여론이 빗발쳤지만 검찰은 특별한 보강수사 없이 현 상태로 우 전 수석 수사를 일단락짓기로 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17일 우 전 수석을 직권남용 및 강요, 특별감찰관법 위반, 직무유기,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우 전 수석 공소장엔 미르·K스포츠재단 불법 설립 방조를 비롯해 문화체육관광부 인사 개입 등 총 8개 범죄사실이 적시됐다.

그러나 외교부 공무원 부당 인사 조치나 공정거래위원회·문체부 공무원 표적 감찰, 민간인 사찰, 세월호 수사 외압 등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 과정에서 포착된 혐의는 공소사실에서 제외됐다. 앞서 법원이 “혐의 내용에 관해 범죄 성립을 다툴 여지가 있다”며 기각한 우 전 수석 구속영장 내용과 차이가 없었다.

검찰은 보강수사 없이 재판에 넘기는 데 따른 비판을 의식한 듯 70분간 진행된 수사 결과 발표에서 절반 가까이 되는 시간을 우 전 수석 ‘부실 수사’ 논란에 대한 해명으로 채웠다. 검찰은 기소 과정에서 일부 축소된 우 전 수석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민정수석실의 업무 범위가 광범위한 데다 실제 구체적인 권리행사 방해가 이뤄져야 성립하는 죄의 특성상 적용이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개인 비리 역시 혐의점을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다만 검찰은 지난해부터 우 전 수석 개인 비위 의혹 수사를 전담했던 특별수사팀이 같은 날 우 전 수석 부인 이모씨를 1억6000만원가량의 업무상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우 전 수석 장모 김장자(77)씨 역시 부동산 등기 특별조치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고 덧붙였다.

한편 끝내 검찰 처벌을 피한 국정농단 부역자들도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20년 가까이 지근거리에서 보좌해 온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은 수사 대상에서 벗어났다. 함께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던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만이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는 여전히 도망자 신세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