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서구에 위치한 ㈜명성은 불과 5∼6년 만에 기술력을 인정받는 알짜 기업이 됐다. 창업한 지는 20년이 넘었지만 강소기업으로 부상한 건 주력 상품을 휴대용 보조배터리 등으로 바꾼 이후였다. 짧은 기간 동안 명성이 급성장 할 수 있었던 비결은 시대의 흐름을 읽는 안목과 기술력이었다.
미래를 예측해야 선도기업!
㈜명성이라는 상호는 2012년 다시 찾은 이름이다. 1994년 ‘명성산업’으로 시작한 이 업체는 2009년 ㈜기프트케이알로 이름을 한번 바꿨다가 다시 명성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2012년은 상호만 변경된 것이 아니라 명성에게 전환점이 되었던 해다. 탁상시계 등의 판촉물을 만들어 판매하던 업체에서 휴대전화 주변기기와 실리콘 생활용품 등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제품군으로 주력 상품을 과감하게 바꾼 시기다. 품질경영시스템 인증, 기술혁신형 중소기업 인증 등도 이때 받았다.
2013년부터는 휴대용 보조배터리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당시는 휴대전화 주변기기 시장이 지금처럼 주목받기 전이다. 하지만 휴대전화 발전 속도와 주변기기 시장 확장성을 내다보고 보조배터리에 주목했다.
명성이 보조배터리로 눈을 돌릴 당시에는 제품에 대한 수요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특허기술 등을 개발해 2014년부터 보조배터리 생산에 역량을 집중했다. 다른 업체들보다 한발 빠른 시도였다. 2015년에는 글로벌 기업을 만들기 위해 중국 선전에 현지공장을 세웠다.
보조배터리 시장을 선점한 덕에 현재 명성은 국내 보조배터리 시장 점유율 15∼17%를 자랑하는 우량기업이 됐다. 국내에서 1년에 보조배터리 1700만∼1800만개가 팔리는데 이중 250여만 개가 명성의 제품이다. 중국 샤오미 등 5∼6개 대형 보조배터리 제조·수입회사를 제외하고도 국내에만 중소 업체가 수백 여 곳에 이르는 것을 감안하면 명성이 이룬 성과는 이례적이다.
보조배터리 사업 성장에 힘입어 매출도 껑충 뛰었다. 2013년 66억원 정도였던 매출이 2015년에는 178억원을 넘겼다. 기술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대구스타기업에 선정됐고 올해는 산업통상자원부의 디자인혁신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미래는 무선시대
명성은 무선가전을 통해 두 번째 혁신을 꿈꾸고 있다. 보조배터리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아예 무선가전 제품 개발에 나서 ‘무선 글로벌 리딩기업’이 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무선가전에 가장 중요한 배터리 기술력을 확보했기 때문에 무선가전 사업을 선점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무선 선풍기, 무선 고데기, 무선 믹서기 등 생활가전 제품 개발을 완료했고 디자인 개선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사물인터넷(IoT), 모바일앱 개발 인력을 대거 신규 채용한 것도 무선가전 개발과 모바일 연동 앱 개발을 위한 것이었다. 50여명의 직원 중 15% 정도가 디자인 핵심 인력인 것도 무선가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이다.
명성은 곧 국내 대형가전 유통업체에 무선가전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며 아마존, 알리바바 등 세계적인 온라인 쇼핑몰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최해영(39) 차장은 “2012년 명성이라는 이름을 다시 사용하고 보조배터리 개발에 집중한 것이 기업 혁신의 계기가 된 것처럼 무선가전을 통해 두 번째 혁신을 위한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며 “4차 산업혁명 기술과 연계된 무선가전 시장의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올해가 무선가전 선도 기업으로 성장하는 중요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력과 글로벌 마케팅이 성공의 열쇠
명성은 빠른 판단으로 시장에 먼저 진입하기도 했지만 소비자들이 신뢰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든다는 기본에도 충실했다.
자체적으로 충전효율·속도를 개선한 배터리 충전 모듈과 무선 충전 모듈을 개발(2015년)했고 보조배터리의 자체 태양광 충전 기술도 개발(2014년)했다. 실리콘 생활용품도 친환경 기술 등을 적용하는 등 고객의 요구에 부합할 수 있는 제품군 개발과 디자인 개선에 주력했다.
글로벌 유통망 구축에도 전력을 다했다. 2015년 중국 선전에 공장을 만들면서 현지 법인도 함께 설립했다. 제품 생산과 중국 내수 시장 및 해외영업 판로 확보를 동시에 진행하기 위한 것이었다. 미국과 영국, 네덜란드, 루마니아, 베트남, 일본 등지에는 해외지사도 두고 있다.
국내 유통망도 철저하게 관리했다. 24년 신뢰를 바탕으로 3000여개 업체와 방대한 유통망을 구성했다. 대구 본사와 서울, 인천, 부산, 제주 등 전국 14곳에 애프터서비스(A/S)센터도 만들었다.
명성은 보조배터리 등의 기술 관련 특허 4건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3년간 제품 디자인 지식재산권도 21건이나 등록했다. 보조배터리 등은 에스모도(SMODO), 무선가전은 위미(WIMI)라는 자체 브랜드를 만드는 등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한 발판도 갖췄다.
■김명용 대표 "무선기기 시대 내다보고 준비합니다"
"변화를 빨리 알아채야 선두가 될 수 있습니다."
김명용(49) 명성 대표는 강소기업이 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으로 시대의 변화를 빨리 알아채는 안목을 꼽았다. 변화에 민감해야 한다는 신념은 김 대표가 걸어온 길이기도 하다. 명성이 처음부터 탄탄대로를 걸었던 것은 아니다. 회계분야 일을 하다가 사업에 뛰어든 김 대표는 초반에 어려움을 겪었다. 1994년 명성산업을 만들어 무역사업에 뛰어든 그는 사업 경험이 없어 큰 손실을 봐야 했다.
이후 1996년부터 탁상용 시계, 벽시계 등 기념품을 만들어 판매하며 조금 수익을 낼 수 있었지만 곧 중국산 저가 시계가 밀려 들어오면서 다른 활로를 찾아야 했다. 이에 컴퓨터 주변기기로 눈을 돌려 중국에서 카드리더기, USB 허브 등을 수입한 뒤 가공해 되팔았다. 당시 컴퓨터 주변기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때라 꽤 수익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강소기업이 되기에는 부족했다.
제대로 된 제조업을 하고 싶었던 김 대표는 휴대전화 보조기기 시장으로 눈을 돌려 다른 업체들보다 먼저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는 "2012년부터 휴대전화 시장의 급속한 발전을 예감하고 주변기기, 그중에서도 보조배터리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며 "이때부터 준비하며 시장 상황을 지켜보다 2014년 보조배터리에 모든 역량을 집중한 것이 지금의 명성을 있게 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지금 또 다른 변화를 감지하고 있다. 그는 곧 무선가전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선 배터리에 집중했던 것도 무선가전 시대를 내다보고 시작한 일이라고 귀띔했다. 김 대표는 "배터리 성능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반드시 무선기기 시대가 온다"며 "이런 확신이 있기 때문에 서둘러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빠르게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한 방법으로 직원들과의 소통을 꼽았다. 직원들과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변화를 제대로 읽을 수 없다는 얘기다. 그는 "직원들과 운동이나 취미생활 등을 함께하고 자주 의견을 나눈다"며 "특히 젊은 직원들과의 소통에서 얻는 게 많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을 뚫는 것은 쉽지 않다. 각 나라별 인증제도가 다른데다 사드 등의 문제로 중국시장에 신경 쓸 일이 더욱 많아졌다. 김 대표는 "배터리의 경우 나라마다 인증 기준이 달라 여기에 맞추는 것이 쉽지 않다"며 "최근 사드 문제로 중국 내 분위기도 좋지 않아 모든 부분에서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
[지역경제 이끄는 강소기업] ㈜명성, 시대 흐름 읽는 안목·기술력으로 급성장
입력 2017-04-18 17: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