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중인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17일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의 종언을 거듭 선언한 것은 미국의 새로운 대북정책이 조만간 본궤도에 오를 것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2개월여의 준비 끝에 ‘최고의 압박과 개입(maximum pressure and engagement)’이라는 새로운 대북정책의 닻을 올릴 준비를 하고 있다.
펜스 부통령은 오전 비무장지대(DMZ) 방문, 오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의 면담 및 공동 입장 발표에서 “전략적 인내는 끝났다”고 거듭 강조했다. 전략적 인내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책으로, 트럼프 행정부 고위 인사들이 폐기를 주장해 왔다.
펜스 부통령은 “20년간 미국과 동맹국들은 북한 핵 프로그램 해체와 북한 국민을 돕기 위해 평화적으로 노력했다”며 “그러나 북한 정권은 그 모든 단계에서 약속을 깨고, 미사일 실험과 핵 실험으로 대응했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렉스 틸러슨 국무부 장관에 이어 ‘2인자’인 부통령이 한 달 간격을 두고 전략적 인내의 폐기를 공언하면서 새 대북정책도 구체화될 전망이다.
사드(THAAD) 배치에 대한 흔들림 없는 원칙도 재차 천명했다. 전날 동행한 백악관 외교정책보좌관의 “(사드 배치는) 다음 대통령이 결정하는 게 맞다” 발언 이후 한때 속도조절론이 제기됐지만 펜스 부통령은 입장 발표에서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화했다.
펜스 부통령은 한·미동맹의 굳건함도 거듭 표명했다. 한반도 문제를 다루는데 한국이 논의 주체에서 빠진다는 ‘코리아 패싱’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우리는 여러분과 함께할 것”이라며 “한국과 모든 문제에 있어 긴밀히 의논하고, 공조할 것임을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한·미동맹을 거론하면서 ‘핵심 축(linchpin)’ 외에 ‘철갑(ironclad)’ 등의 표현도 사용했다. 펜스 부통령은 “5월 9일 선거 결과가 어떻든 한국의 안보와 안전에 대한 의지는 확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발표문 말미에 한국말로 “우리 같이 갑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공동 발표에 앞서 열린 면담과 업무오찬이 길어지면서 공동 발표 시간도 35분 정도 늦춰졌다. 황 권한대행은 펜스 부통령이 총리공관에 도착하자 준비한 우산을 들고 나가 그와 함께 우산을 썼다. 두 사람은 오찬 장소인 ‘삼청당’으로 50m가량 걸어 이동하면서 삼청당의 역사와 고목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회담에는 미국 측에서 펜스 부통령 외에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 마크 내퍼 주한 미국대사대리 등이 동석했다. 우리 측에선 윤병세 외교부 장관, 안호영 주미대사 등 4명이 추가로 배석했다.
오전에 이뤄진 펜스 부통령의 DMZ 방문은 북한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 전달의 의미가 있다. 대북 성명은 따로 없었지만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시점에 DMZ를 찾은 것 자체가 북한에는 적지 않은 압박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펜스 부통령은 “미국은 평화를 추구하지만 항상 힘을 통해 평화를 추구해 왔다”며 “북한군과 북한 사람들은 우리의 의지를 오판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펜스 부통령은 황 권한대행에 이어 정세균 국회의장도 방문해 차기 정부와도 긴밀히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글=길 기자 hgkim@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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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명 다한 ‘전략적 인내’… 美, 새 대북정책 실행 임박
입력 2017-04-17 18:11 수정 2017-04-17 2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