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이 ‘회생의 길’로 접어들었다. 가보지 않은 길인 ‘초단기 법정관리(P-플랜)’ 문턱까지 갔다가 가까스로 숨을 돌렸다.
이변이 없는 한 산업·수출입은행은 신규 자금 2조9000억원을 지원한다. 2015년 10월 받은 4조2000억원을 합해 대우조선에만 국책은행(산업·수출입은행)의 돈 7조1000억원을 투입하는 것이다. 대우조선은 즐비한 암초를 뚫고 ‘국민의 돈’을 짊어진 채 힘겨운 항해를 이어가게 됐다.
대우조선은 17일 열린 1∼3차 사채권자 집회에서 자율적 채무재조정안이 모두 가결됐다고 밝혔다. 4∼5차 집회(18일 개최)에서도 무난하게 ‘찬성’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은 집회에 참석해 “1분기 실적이 흑자가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대우조선은 지난 4년 동안 적자였다.
앞서 대우조선 회사채 처리를 두고 장고를 거듭하던 국민연금공단은 이날 0시40분쯤 채무재조정안 찬성으로 돌아섰다. 오전 10시 첫 사채권자 집회를 불과 9시간 앞두고 전격적으로 이뤄진 발표다. 국민연금은 대우조선의 최대 사채권자다.
한시름 놓았지만 대우조선이 갈 길은 멀다. 금융 당국과 산업은행은 대우조선의 재무구조를 개선한 뒤 매각을 통해 새 주인을 찾을 계획이다. 조선업계는 ‘빅3(대우조선·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 체제’에서 ‘빅2 체제’로 재편된다. 하지만 조선업황이 나아질지 확신할 수 없다. 정부도 앞서 4조2000억원을 지원할 때 “추가 지원은 없다”고 수차례 공언했다가 번복한 상태다. NH투자증권 임정민 연구원은 “단기적인 시장 우려는 마무리되겠지만 만기 유예 회사채 7750억원 상환은 여전히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위기의 대우조선, 국민 돈으로 회생
입력 2017-04-17 1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