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비선실세가 아니라) 허세예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재판에 넘겨진 17일, 자신의 직권남용·강요 혐의 27번째 공판에 출석한 최순실(61·구속 기소)씨는 더 격렬하게 혐의를 부인했다. 최씨는 “잘못된 사람인 고영태, 차은택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되게 돼 죄송하다”며 “비선실세는 내가 아니라 고영태 일당”이라고 맹비난을 퍼부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피고인 신문을 위해 증인석에 앉은 최씨는 “동복(수의·囚衣)이 너무 더워서 사복(남색 트렌치코트)을 입었다”며 “애초에 강요로 기소된 사건이 왜 뇌물로 가는지 모르겠다. 너무 견디기 힘들다”고 말했다.
최씨는 검찰이 강압 수사를 했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지난해 11월 검찰 특별수사본부에서 조사받던 상황을 설명하며 “한웅재 부장검사가 갑자기 조사실로 와 ‘이 사건은 최순실씨 책임이다. 모든 걸 안고 가라’고 말했다”고 했다. 검찰이 “한 부장검사가 그런 말을 한 게 언제였느냐”고 묻자 최씨는 “그건 한 부장에게 물어보라. 왜 나한테 물어보느냐”고 성을 냈다.
최씨는 불리한 질문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고씨 등을 ‘걔네들’이라고 불렀고, 특히 차씨에게는 “광화문에 나가 무릎이라도 꿇고 싶다고 했다는 데 진실을 얘기하고 꿇어야지”라고 쏘아붙였다.
미르·K스포츠재단 등에 관한 질문에 최씨는 “관여한 적이 없다”며 “(검찰이) 자꾸 똑같은 질문을 해 정신병에 걸리겠다”고 불평을 쏟아냈다. 재단 회의록 등 검찰이 확보한 자료들은 ‘조작된 것’ ‘완전히 사기’라고 표현했다.
최씨가 실소유주였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회사 플레이그라운드·더블루케이 등은 “걔네들(고씨 등)이 만들어 놓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난 돈 한 푼 만져본 적 없다”고 했다.
검찰이 “독일서 귀국해 검찰에 출석했을 때 ‘국민에게 죄송하다’고 했던 말의 의미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최씨는 “저와 대통령 관계를 누가 국정농단으로 폭로했다고 해서 들어왔는데, 조사받다 보니까 (검찰이) 제가 사익을 취하려고 했다고 해서 반발하기 시작한 것”이라며 “국민에게 죄송한 건 죄송한 거고 지금은 형을 살고 싶은 생각도 없다”고 했다.
최씨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해 “그분을 존경했다”며 “(어려울 때 도와준 인연에 대해선) 몇십년 세월을 여기서 다 얘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는 뇌물 등 13개 혐의에 대한 공범으로 이날 나란히 기소됐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최순실 “고영태·차은택 잘못 때문에 박근혜 구속”
입력 2017-04-17 17:40 수정 2017-04-17 2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