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선거 벽보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후보 얼굴의 확대 사진을 쓰는 관행을 뒤집어서다. 당명을 기입하지 않은 것도 파격적으로 평가된다. 국민의당은 “변화하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밝혔으나 민주당은 “당명 삭제는 보수 세력의 표를 구걸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 후보는 17일 서울 광화문 유세 직후 기자들과 만나 선거 벽보에 대해 “지금까지 대한민국 정치 역사상 아마 처음 하는 시도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회가 변하지 않는 이유는 실력 있는 전문가에게 일을 맡기지 않는 데다 조직을 이끄는 리더가 그걸 받아주지 않기 때문”이라며 “벽보를 통해 국정운영의 방향을 보여드리려 했다”고 말했다.
안 후보의 벽보 디자인 구상은 ‘광고천재’라 불리는 이제석 광고연구소 대표의 머리에서 나왔다. 그는 계명대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원쇼 칼리지 페스티벌’ 등 국제 광고제에서 29개의 메달을 받아 이름을 알렸다. 2013년 방영된 KBS 2TV 드라마 ‘광고천재 이태백’은 이 대표를 모티브로 제작한 드라마다.
이 대표는 “대리인을 보내는 다른 정치인과 달리 안 후보는 총선 전부터 직접 찾아와 도움을 요청했다”며 “그 이후 관련 자문에 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정치인을 좋아하지 않지만 안 후보는 나라를 맡겨 부려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사람”이라며 “이런 벽보는 결정 장애가 있는 사람이면 쓸 수 없다. 그는 유약한 이미지지만 상당히 파격적이고 도발적인 사람”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당명 삭제 과정에도 관여했다고 한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보수 세력의 표를 구걸하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공격했지만, 이 대표는 “글씨를 최소화하라고 주문했다. 벽보의 70%가 녹색이고 안철수에 삼각 바람개비가 있으면 국민의당 아니냐”고 되물었다.
안 후보는 이날 난임 진료비 지원을 확대하고, ‘국민행복카드’로 지원되는 출산 진료비 지원액을 10만∼20만원 올리는 내용 등의 임신·출산 정책을 발표했다. 아울러 현재 5일인 배우자 출산휴가를 30일로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당명 없애고 두팔로 ‘V’자… 안철수 파격 벽보
입력 2017-04-17 18:12 수정 2017-04-17 2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