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보수 심장 대구서 첫 깃발 ‘통합 행보’

입력 2017-04-17 18:08 수정 2017-04-18 00:44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7일 오전 대전 중구 으능정이(은행나무골) 문화의 거리에서 유세차에 올라 가까이 몰려든 시민들과 손을 잡고 있다. 대전=최종학 선임기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공식 선거일정 첫날 대구를 찾아 “통합의 문을 대구에서 열겠다”며 통합정부 구상을 밝혔다. 이어 “지난 대선보다 이번에 대구에서 딱 두 배 더 얻어서 반드시 1등 하고 싶다. 대구에서 1등 하는 기적을 같이 한번 만들어보자”며 영·호남 동시 지지를 간곡히 호소했다.

문 후보는 17일 새벽 기차를 타고 대구에 내려온 뒤 경북대 북문에서 19대 대선 첫 유세차량에 탑승했다. 문 후보는 “제가 공식 선거운동 시작을 대구에서 한다고 하니까 주변에서 난리가 났다. 민주당 역사상 이런 적이 없었다”며 “그런데 저는 통합으로 국민의 선택을 받고 싶다는 소망이 있다”고 대구행 열차 탑승 배경을 밝혔다.

그는 “대구 대통령, 부산 대통령, 광주 대통령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의 대통령이 되고 싶다. 대구가 통합의 문을 열고 분열을 끝내 달라”고 호소했다. 지원 유세에 나선 김부겸 의원에 대해서도 “저 문재인이 대통령이 돼야 다음에 김부겸도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문 후보는 대구시민이 보수 진영에 회초리를 들어줄 것을 부탁했다. 그는 “보수 정당은 지금도 정신 차리지 않고 ‘친박(친박근혜)이다, 반박(반박근혜)이다’ 싸우고 있다. 크게, 따끔하게 혼내주시라”고 말했다. 이어 “대구가 일어서면 역사가 바뀐다. 대구가 일어서면 세상이 디비진다”는 구호를 시민들과 함께 외쳤다.

대구 유세엔 시민 500여명이 참석했다. 일부는 “문재인”을 연호하며 환호했고, 일부는 조용히 바라봤다. 선거운동원들은 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 모자와 점퍼를 착용했다. 손에는 기호 1번을 상징하는 검지손가락을 세운 형태의 손장갑을 꼈다.

문 후보는 이어 대전, 수원, 서울까지 하루 만에 약 700㎞를 이동하는 강행군을 펼쳤다. 그는 대전 으능정이 문화의 거리에선 세종시 행정수도 이전을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문 후보는 수원에서 ‘탕평’과 ‘국민통합 정부’를 약속한 뒤 서울 광화문광장으로 이동해 총력 유세에 나섰다. 그는 유세차량 앞에 운집한 시민 1만5000여명 앞에서 “국민이 더 이상 촛불을 들지 않아도 되는 나라,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면서 “권위와 불통의 청와대 시대는 끝났다. 소통의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문 후보와 지지자들은 기호 1번을 뜻하는 ‘엄지 척’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응원했다.

문 후보는 당초 오후 늦게 제주 일정을 소화하려 했으나 오후 8시쯤 이를 전격 취소하고, 전날 문 후보 측 유세차량과 충돌해 사망한 오토바이 운전자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문 후보는 서울 송파구 경찰병원에 차려진 빈소에 40분간 머물며 조의를 표했다. 그는 페이스북 글을 통해서도 “고인과 유가족들에게 머리 숙여 깊이 위로를 드린다”며 “단 한 치의 억울함이 없도록 제가 먼저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16일 오후 경기도 양평에서 문 후보 측 유세차량이 운행 중 오토바이와 부딪혀 30대 오토바이 운전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정건희 기자

대구·대전·수원=김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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