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선견지명’이 빛을 본 것일까. 북한이 미사일 발사에 너무 ‘자주’ 실패하자 오바마 행정부가 주도한 북한과의 사이버전이 효과를 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6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또 실패하자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3년 동안 북한의 미사일 프로그램을 둘러싸고 북한과 미국 사이에 은밀하고 치열한 사이버전이 계속돼 왔다”면서 ‘레프트 오브 론치(Left of Launch)’가 위력을 발휘한 것일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레프트 오브 론치’는 2013년 오바마 전 대통령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막기 위해 도입한 프로그램으로 전자기파나 악성코드 등을 이용해 적의 미사일 통제 시스템을 교란시켜 미사일을 발사 전에 무력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역하면 ‘발사의 왼쪽’이라는 의미로 미사일 발사 과정을 ‘발사준비-발사-상승-하강’으로 구분할 때 ‘발사’ 단계보다 왼쪽에 있는 ‘발사준비’ 단계에서 미사일을 무력화시킬 수 있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앞서 북한은 지난 5일 신포에서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지만 60여㎞를 날아 동해상에 추락했고, 지난달 22일 원산 일대에서 발사된 탄도미사일 1발도 불과 몇 초 만에 공중에서 폭발했다. 이번에 발사된 미사일도 발사 직후 폭발한 것으로 알려져 레프트 오브 론치의 효과가 아니냐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NYT도 레프트 오브 론치를 가동한 이후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실패율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실제로 레프트 오브 론치가 성공적으로 작동해왔는지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실패가 미국의 교란 때문인지 아니면 단순한 기술적 결함인지 밝혀내기는 어려운 문제다.
사이버 교란작전과 관련해 미 정부 인사들이 내놓은 반응도 두루뭉술하다.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은 NBC방송에 출연해 “그 가능성(레프트 오브 론치)을 배제하지는 않겠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고, 캐슬린 맥팔랜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은 폭스뉴스로부터 관련 질문을 받고 “노코멘트”라며 답변을 꺼렸다.
이번 북한 미사일 발사 실패와 관련해 이례적으로 구두 성명을 내놓은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미 국방부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실패에 대해 알고 있다”고만 언급했다.
구성찬 기자
“北 미사일 발사 잇단 실패 원인 ‘레프트 오브 론치’ 위력일 수도”
입력 2017-04-18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