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인천아시안게임 남자탁구 단체전 은메달을 딴 뒤 오른쪽 어깨 통증이 심해졌다. 2015년 1월엔 너무 아파 팔을 들지도 못할 지경이었다. 조선족 출신 국가대표 정상은(27·삼성생명)은 탁구 라켓을 놓으려 했다. 흔들리던 그를 잡아 준 사람은 소속팀의 이철승 감독이었다. 이 감독은 “부상을 극복하면 기회는 다시 온다”며 그를 다독였다. 정상은은 마음을 다잡고 재활에 매달렸고, 마침내 아시아의 강자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정상은은 16일 중국 우시에서 막을 내린 제23회 아시아탁구선수권 남자단식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쾌거였다. 한국 선수가 이 대회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것은 2000년 김택수 이후 17년 만에 처음이다. 정상은은 32강에서 세계랭킹 1위 중국의 마룽을 3대 1로 꺾으며 대회 최대 이변을 일으켰다.
정상은은 국제탁구연맹(ITTF) 홈페이지를 통해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할 뿐이다. 결승전에서 지더라도 교훈을 얻을 수 있다”며 “약점을 보완해 (다음 달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상은은 중국 지린성 옌볜 조선족 자치주에서 태어난 재중동포 2세다. 어려서부터 ‘탁구 천재’로 이름을 날렸지만 조선족 출신이어서 중국 탁구계의 후원을 받지 못했다. 꿈을 이루기 위해 2005년 한국으로 건너온 정상은은 그해 한국으로 귀화했으며 곧 한국 탁구의 유망주로 떠올랐다. 17세이던 2007년엔 세계주니어탁구선수권에서 한국 최초로 남자단식을 제패하기도 했다.
정상은은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참가하기에 앞서 지난 2일 태릉선수촌에서 이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이번 대회에서 죽을 각오로 한번 해 보겠다”고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이 감독은 1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어깨 부상이 완치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투혼으로 값진 성과를 올렸다. 정상은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과 2020 도쿄올림픽에서 탁구 인생의 승부를 보려고 한다. 정상은이 두 대회에서 메달을 딸 수 있도록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
17일 귀국한 정상은은 곧바로 18∼23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리는 국제탁구연맹(ITTF) 월드투어 코리아오픈에 출전한다. 이후 세계선수권과 각종 오픈대회에 출전하며 최대한 세계랭킹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정상은은 원래 세계랭킹 60위권이었지만 지난해 6월 이후 ITTF 공식 대회에 나서지 않아 현재 세계랭킹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핑퐁 드림’ 한국서 꽃 피운다
입력 2017-04-18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