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충북 제천의 한 캠핑장에서 야영하던 일가족 4명이 일산화탄소에 중독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텐트 인근에 가스 난방기기를 켜놓고 잠이 들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생명에 지장은 없었지만 가족 중 일부는 구토와 어지럼증을 호소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앞서 2월 경기도의 한 테니스장에서는 부탄캔이 폭발해 1명이 다치는 사고도 발생했다. 이동식 부탄연소기를 사용하려는데 부탄가스가 점화되지 않자 부탄캔을 석유난로에 가열하던 중 용기가 파열됐다.
이 사례들은 부탄캔을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하지 말아야 할 기본적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아 발생한 사고다. 우리나라 전체 가스 사고는 1995년 577건으로 최고를 기록한 뒤 지난해 122건으로 줄었지만 안전에 대한 무관심과 부주의로 인한 사고는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올해 4월 초까지 발생한 가스 사고 중 취급 부주의가 25%에 이르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특히 행락철에는 휴대용 가스레인지와 부탄캔 사용에 주의해야 한다. 최근 5년간 부탄캔과 관련된 사고만 100건에 달하는데, 이로 인해 8명이 사망하고 133명이 다쳤다. 이 가운데 75%가 연소기를 사용하거나 사용한 직후 발생했다. 대부분 사고가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아 발생했다는 뜻이다. 부탄캔을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휴대용 가스레인지의 불판 받침대보다 큰 조리기구를 사용하거나 여러 개의 휴대용 가스레인지를 붙여놓고 사용해서는 안 된다. 휴대용 가스레인지 내부에 장착된 부탄캔의 내부 압력이 복사열로 인해 상승하면서 폭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석쇠 등 조리기구에 알루미늄 포일을 감아 사용하는 것도 폭발 위험을 높이므로 절대 삼가고, 휴대용 가스레인지에 부탄캔을 끼울 때 가스가 새지 않는지 확인하는 것도 필수다.
부탄캔 보관도 중요하다. 부탄캔은 복사열로 인한 폭발 위험을 막기 위해 화기와 멀리 떨어진 곳에 두어야 한다. 사용하고 난 뒤에는 화기가 없고 통풍이 잘 되는 실외에서 구멍을 뚫어 잔류 가스를 모두 내보낸 뒤 분리수거를 해야 한다. 화기에 팽창한 부탄캔이 폭발하면 주변 10∼15m까지 날아가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다. 더욱이 지난 5년간 발생한 부탄캔 사고 중 식품접객업소와 주택에서 화기 근처에 부탄캔을 보관하다 발생한 사고가 18%에 이른 만큼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텐트 등 밀폐된 곳에서 가스 기기를 사용할 경우 일산화탄소 중독 위험이 높으므로 꼭 환기가 되는 곳에서 사용해야 한다. 취침 시 기온이 낮아진다고 텐트 안에서 가스 난방용품을 사용하면 일산화탄소에 중독될 수 있다. 일산화탄소에 중독되면 혈액의 헤모글로빈(혈액소)과 급격히 반응하면서 산소의 순환을 방해해 심할 경우 생명을 잃을 수 있다. 공기 중 일산화탄소가 1.2%가량만 있어도 1∼3분 이내에 사망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안전을 위해서는 침낭과 핫팩을 사용해 보온하는 것이 안전하다.
사고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가까이에 있다. 단적으로 말하면 ‘설마’에 사고가 도사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전을 지키는 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도 않다. 간단한 수칙 몇 가지만 지켜도 위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의 중요성을 스스로 인식하고 지키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다. 안전 불감증이 얼마나 큰 대가로 돌아오는지 우리는 그동안 너무도 많이 봐 왔다. 안전은 어떤 순간에도 양보할 수 없는 것임을 인지하고 스스로의 안전을 지키고자 노력하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양해명 가스안전공사 안전관리이사
[기고-양해명] 사고는 멀리 있는 게 아니다
입력 2017-04-17 1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