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과 신앙 이야기]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경영

입력 2017-04-18 00:03

경영학을 공부하며 ‘기업을 통한 사회혁신(Social Innovation through Enterprise)’에 관심을 가졌던 저는 박사학위 취득 후 한국노동연구원에 들어갔습니다. 곧바로 외환위기가 닥쳐 국가부도와 대량실업사태 해결을 위한 정책 마련과 실행에 전력을 다했습니다.

위기에서 벗어난 후 미국 실리콘밸리 벤처생태계의 중심인 스탠퍼드대학에서 연구할 기회를 가졌습니다. 대학에서 기독학생회 활동을 했고 국가 주요 정책에 참여했기에 저는 늘 바르게 살아왔다는 ‘바리새 의식’이 가득했습니다. 자원을 모으고 활용하는 데 능했던 경험으로 인해 저의 힘과 지혜에 의지하는 마음이 컸습니다.

그러나 미국에서 연구원으로 일할 때에는 이전과 달리 제 생각이나 말 한마디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특히 초기에는 기대만큼의 연구비가 마련되지 않아 경제적으로도 어려웠습니다. 이 시기가 제게는 광야였습니다. 그런데 이때가 제겐 오히려 축복이었습니다. 교회에서의 체계적 성경공부를 통해 하나님의 마음을 알게 되고 저 스스로 의인이라는 생각을 내려놓고 다른 사람들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귀국 후엔 미션스쿨인 명지대를 택해 좋은 동역자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대학에선 크리스천들을 위한 최고경영자과정을 기획하고 세워 그 과정을 섬길 수 있는 특권을 누렸습니다. 하나님의 사람들을 많이 보내주셔서 저 자신이 성경적 경영에 대해 깊이 연구하고 교육하며 실천하면서 변화될 수 있었습니다.

성경적 경영, 비즈니스 선교에 대한 경험은 어렵고 가난한 이들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게 하는 사회적기업의 활성화를 위한 정책에 관여하게 만들었습니다. 우리 이웃의 고통을 불러오는 사회문제에서 사업기회를 발견하고 비즈니스를 통해 해결책을 만들어 내는 일은 언뜻 생각하면 성경적 경영처럼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주신 창조적 잠재력을 발휘하게 해 정녕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경영을 이루는 일이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제가 나아갈 방향을 몰랐을 때에도 주님은 길이 되셨으며 앞이 안보여도 주님 손길에 이끌리어 한걸음씩 떼다 보면 곧 담대한 여정이 열렸습니다. 크리스천들의 창업교육을 하면서 이 경험들을 되새겨봅니다. 한국사회와 경제는 이전처럼 선도자를 따라 추격하는 것만으로 미래를 열어갈 수 없는, 정답이 없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기존 대기업처럼 이미 검증된 시장에서 효과적인 집행을 하는 것과 달리 창조주의 업을 따라 새로운 기업과 사업들을 정탐(explore)하고 창업해나가야 할 때인 것입니다.

창업을 위한 방법론은 초심자이든, 오랜 경영 경험이 있는 자이든 훈련을 통해 배울 수 있습니다. 주님이 약속하신 땅으로 나아갈 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강하고 담대하게 나아갈 수 있기를 기도드립니다.

김재구 학장(기독경영연구원 창업스쿨 ChEMBA)

약력=△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장 △전 한국기업경영학회 회장 △명지대 경영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