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 증가에… 일본, 개인 유산 연 1조 정부가 상속

입력 2017-04-17 05:02

일본에서 개인의 유산을 국가가 상속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결혼과 출산을 하지 않는 인구가 증가하면서 상속받을 가족이 없는 경우가 많아져서다. 고령화로 재산을 물려받을 상속인보다 피상속인이 오래 사는 경우가 늘어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국가가 저출산과 고령화로 골머리를 앓으면서도 동시에 재정수입을 올리는 역설적인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5일 상속인의 부재로 국가에 귀속되는 자산과 휴면예금을 합친 유산이 연간 1000억엔(약 1조510억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정부 관리들 사이에서는 개인 유산의 정부 귀속 증가를 환영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재정이 부족한 시점에 저출산 대책이나 근로방식 개혁 등을 위한 추가 재정으로 적극 활용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상속인이 없는 자산이 국고로 귀속되는 규모는 연간 400억엔(약 4200억원)에 달한다.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2015년 기준 국고에 귀속된 금액은 420억엔(약 4410억원)이다. 10년 전인 2005년과 비교해 2.5배 증가했다. 올해는 396억엔(약 4160억엔)으로 예측되지만 결산액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 예년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상속인이 없거나 상속을 포기하는 경우 법원은 ‘상속재산관리인’을 선임하게 된다. 상속재산관리인은 배우자, 자녀, 이해관계자 등에서 상속인을 찾지만 결국 상속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유산을 정리하는 역할을 맡는다. 상속재산관리인은 일반적으로 토지와 건물 등 부동산은 매각해 현금으로 바꾸고 부채가 있으면 갚은 뒤 남는 재산은 국고로 반환한다.

은행 등 금융기관에 아무런 출입금 활동 기록 없이 10년 이상 방치된 ‘휴면예금’도 인수자가 없는 상속재산에 해당한다. 금융청에 따르면 휴면예금은 연간 최소 600억엔(약 6300억원)에 달한다. 참의원은 지난해 12월 휴면예금을 복지 등에 활용하는 ‘휴면예금활용법’을 통과시켰다. 예금자가 상속인이 없거나 계좌의 존재를 가족에게 알리지 않고 사망한 뒤 입출금 활동이 없는 상태로 10년이 지나면 휴면예금은 예금보호기구로 옮겨진다. 휴면예금은 앞으로 민간 비영리단체나 공익활동 단체, 자치회 등을 대상으로 용처를 공모해 활용될 예정이다. 일부는 난치병 어린이를 지원하는 단체나 보육원 등에 기부 또는 출자하는 식으로 쓰일 전망이다.

일본의 미혼율은 최근 전례 없을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지난 4일 후생노동성의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일본의 ‘생애 미혼율’은 남성 23.37%, 여성 14.06%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생애 미혼율은 50세까지 한 번도 결혼하지 않은 사람의 비율을 의미한다. 앞으로 출산은 물론 결혼도 하지 않는 미혼자의 비율은 점점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권준협 기자 ga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