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고위 관리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는 한국의 차기 대통령에 달렸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를 두고 미국이 사드 배치를 철회할 수 있다는 속내를 내비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으나, 한·미 양국은 즉각 부인했다.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을 수행해 한국을 찾은 익명의 백악관 외교정책 고문은 16일 펜스 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 투’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드 배치는) 진행 중이다. 몇 가지 처리해야 할 것이 남았다”면서 “여느 정부 결정과 마찬가지로 몇 주에서 몇 달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배치가) 진행 중이기는 하지만 솔직히 말해 조만간 한국에서 새 대통령이 선출된다. 따라서 (사드 배치는) 다음 대통령이 결정할 일이라 보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알려진 뒤 논란이 빚어졌다. 미국이 ‘사드 배치는 한국 정치 상황과 무관하게 추진한다’는 기존 입장에서 물러섰다는 뜻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사드를 포기하는 대신 중국은 대북 압박에 나서는 식의 ‘뒷거래’가 미·중 사이에서 이뤄졌던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파장이 커지자 한·미 양국이 동시에 진화에 나섰다. 펜스 부통령 측 마크 로터 대변인은 미국 기자들에게 “사드 배치와 관련한 정책에는 변화가 없다”고 공지했다. 우리 외교부 당국자는 한국 기자들에게 “급속히 고도화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주한미군 사드 배치를 차질 없이 추진한다는 것이 한·미 양국 공동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백악관 관리의 발언을 한·미 외교 당국이 주워 담는 진풍경이 벌어진 것이다.
한편 이 백악관 고문은 이날 오전 발사 직후 폭발한 북한 미사일과 관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아니었다. 초기 보고에 따르면 중거리 미사일로 추정된다”며 “발사 전부터 후까지 양질의 정보를 입수했다. 미사일은 발사 후 4∼5초 만에 실패했다”고 말했다.
아시아·태평양 4개국을 순방 중인 펜스 부통령은 오산 미 공군기지를 통해 한국에 도착했다. 캐런 여사와 두 딸(오드리, 샬럿)을 대동한 펜스 부통령은 방한 첫 일정으로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찾아 참배했다. 이후 그는 용산 미군기지에서 한·미 양국 군 장병과 부활절 예배에 참석한 뒤 이들과 만찬까지 함께했다.
펜스 부통령은 17일 오전 중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한 뒤 오후 1시30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면담을 갖는다. 면담 후 두 사람은 오찬을 함께하고 오후 3시 공동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펜스 부통령은 이후 정세균 국회의장과 만나 한반도 정세와 한·미 관계 전반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다. 주요 대선 캠프와의 접촉 계획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펜스 부통령은 18일 오전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에서 연설한 뒤 일본으로 떠난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美 고위 관리 “사드 배치, 차기 대통령 결정 사항”
입력 2017-04-16 21:37 수정 2017-04-17 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