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말린 주말협상… 産銀 “1000억은 꼭 상환” 마지막 제안

입력 2017-04-17 00:03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회사채·기업어음(CP) 투자자들에게 최소 1000억원 상환은 반드시 보장하겠다는 내용 등의 마지막 제안을 보냈다. 극적으로 타결되는 듯했던 채무재조정 협상은 상환 보장을 둘러싸고 산은과 국민연금이 이견을 보이며 진통을 겪었다. 국민연금이 최종 입장 발표를 유보하면서 대우조선의 운명은 결국 17∼18일 열리는 사채권자 집회의 뚜껑을 열어야 확신할 수 있게 됐다.

금융 당국 및 각 기관들은 사채권자 집회를 앞두고 숨 가쁜 주말을 보냈다. 산은과 수출입은행은 16일 여의도 산은 본점에서 브리핑을 열고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들에게 회사채·CP 상환을 위한 이행확약서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양측이 고통스러운 협상 시간을 가졌지만 결론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쌍방이 이해하는 단계에 갔다고 생각한다. 국민연금을 믿고 싶다”고 말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국민연금과 산은·수은 모두 최선을 다했다”며 “만에 하나 P-플랜(단기 법정관리)으로 갈 경우를 대비해 제출 서류 등은 모두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산은은 국민연금 등에 최종적으로 4가지 제안을 했다. 우선 대우조선 회사채 상환을 위해 에스크로 계좌(별도 계좌)를 만든다. 채권 상환기일이 다가오면 원리금 전액을 전월 말에 이 계좌에 넣기로 했다. 계좌 자금은 회사채 상환에만 쓰인다. 또 대우조선이 별도로 회사 명의 계좌에 1000억원을 넣고 담보로 제공한다. 쉽게 말해 대우조선이 청산돼도 1000억원은 꼭 갚겠다는 뜻이다. 실사에 따르면 대우조선 청산 시 회사채 투자자는 1000억원(전체 투자금액의 6.6%)만 건진다. 최악의 경우에도 최소 금액은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또 대우조선 신규 지원금 2조9000억원 중 안 쓴 돈이 생기면 회사채 상환에 쓰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다음해부터 매년 대우조선을 실사해 회사에 여유가 있으면 회사채를 조기 상환하기로 했다.

앞서 이 회장과 국민연금 강면욱 기금운용본부장은 지난 13일 저녁 전격 회동 후 “협의점을 찾았다”고 발표했었다. 사실상 채무재조정안이 타결됐다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지난 14일 밤늦게 실무진 합의가 불발됐다. 국민연금은 산은이 구체적인 상환 방법을 마련하고 이를 법적으로 보증해 달라고 요구했다. 산은은 상환에 최선을 다하겠지만 완벽한 법적 보증은 불가능하다고 거부했다. 산은법에 어긋나고 공평한 손실 부담이라는 구조조정 원칙에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최대한의 카드를 얻어내기 위해 막판까지 시간을 끄는 전략을 쓴 것 같다”고 말했다.

산은은 최종 제안에서 법적 보증을 제외한 모든 방안을 총동원했다는 입장이다. 국민연금은 최종 검토에 돌입했다. 17일 사채권자 집회 전까지 투자위원회를 열고 최종 결정을 내린 후 입장을 발표할 계획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최소한 17일 오전 8시 전에는 의견이 나와야 다른 기관투자가들도 입장을 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대우조선 회사채 30%를 들고 있어서 사채권자 집회의 키를 쥐고 있다. 사채권자 집회는 총 5번 열리는데 다른 기관투자가들도 국민연금의 결정을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 단 한 차례의 집회만 부결돼도 대우조선은 P-플랜으로 직행한다.

글=나성원 우성규 기자 naa@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