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 생전 스타일로 듣는 ‘여자는 다 그래’

입력 2017-04-18 05:00
독일 최고 고음악 연주단체인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 롯데콘서트홀 제공
모차르트(1756∼1791)가 살았던 시절의 악기는 지금과 꽤 차이가 난다. 현재 우리에게 친숙한 피아노만 봐도 아직 개량이 끝나지 않은 상태였으며, 당시 또다른 건반악기 하프시코드에 밀려 주류악기가 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바이올린 등 현악기는 쇠줄 대신 동물의 창자를 꼬아서 만든 거트현을 사용했다.

1790년 모차르트가 발표한 ‘여자는 다 그래(Cosi Fan Tutte)’는 요즘도 자주 공연되는 오페라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개량이 끝난 현대 악기로 연주되는 만큼 모차르트 시절과 차이가 적지 않다. 오는 28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르네 야콥스가 지휘하는 콘서트 오페라 ‘여자는 다 그래’는 모차르트 당시의 연주 스타일로 선보이는 무대다.

벨기에 출신 야콥스는 ‘고음악의 거장’ 가운데 한 명으로 모차르트 오페라의 원전 연주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학구적이고 고전적인 다른 원전 연주와 달리 경쾌하면서 시트콤적인 분위기가 특징이다. 1998년 그가 지휘한 콘체르토 쾰른의 ‘여자는 다 그래’는 클래식계에서 선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번에 야콥스와 호흡을 맞추는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는 1987년 창단된 독일 최고의 고음악 전문 연주단체다. 바로크와 초기 고전주의가 주요 레퍼토리지만 최근 낭만주의, 현대음악까지 소화한다. 상임 지휘자 없이 악장 2명이 이끌지만 작품에 따라 저명한 외부 음악가들과 함께 작업한다. 이런 음악적 협업으로 음반이 다수 발매됐으며 몇몇 음반은 수많은 상을 휩쓸었다. 특히 야콥스와 함께 한 일련의 음반은 높은 찬사를 받았다. 유럽 고음악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한국 소프라노 임선혜는 이 가운데 모차르트 오페라 ‘돈 조반니’ ‘티토 황제의 자비’에 출연한 바 있다.

‘여자는 다 그래’(2막)는 결혼을 약속한 여자들이 남자들의 유혹에 변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모차르트 생전은 물론 사후에도 오랫동안 주제가 부도덕하다거나 내용이 단순하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지금은 모차르트의 희극 오페라 가운데 관현악 구성이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별한 남녀 주역 대신 남자 3명, 여자 3명 등 주역 6명이 펼치는 앙상블이 작품의 매력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주역 6명으로는 임선혜·로빈 요한슨(소프라노)와 소피 함센(메조 소프라노), 마크 밀호퍼(테너), 크리스티안 센·마르코스 핑크(바리톤)가 출연한다. 야콥스와 종종 호흡을 맞춰온 임선혜는 이번에 약혼한 두 쌍의 연인들을 시험하는 신사 알폰소를 돕는 하녀 데스피나 역으로 나온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