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신형 ICBM, 러 ‘토플M’ 中 ‘등펑’과 유사

입력 2017-04-17 05:00
북한이 김일성 주석 생일(태양절) 105주년을 맞아 15일 평양에서 진행한 열병식에서 새로운 ICBM 3종이 김일성 광장을 지나가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기존 ICBM인 KN-08(사거리 9000∼1만2000㎞) 개량형으로 추정되며, 가운데와 왼쪽 사진은 각각 바퀴축 7개와 8개의 발사차량에 실려 있는 신형 ICBM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신형 ICBM 2종은 원통형 발사관 형태로 선보였기 때문에 정확한 미사일 종류는 추정하기 어렵다. 신화·AP뉴시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오른쪽 세 번째)이 15일 오전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서 인민복이 아닌 양복을 입은 채 참관하고 있다. 인민군 최고사령관이 아닌 국가지도자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한 연출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오른쪽부터 최룡해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박봉주 내각 총리, 김 위원장, 황병서 총정치국장, 이명수 총참모장, 최부일 인민보안상, 실각설이 돌았던 김원홍 전 국가보위상(원 안), 윤정린 호위사령관, 김명식 부총참모장.뉴시스
북한은 15일 평양에서 열린 김일성 주석 생일인 태양절 105주년 기념 대규모 열병식을 통해 핵 공격력을 과시했다. 핵실험이라는 ‘고강도’ 도발 대신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미사일 공개라는 ‘중강도’ 도발을 선택했다는 평가다.

북한은 열병식에서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신형 ICBM 2종과 기존 KN-08 개량형등 ICBM 3종을 공개했다.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 보유를 과시해 미국의 군사적 압박에 굴복할 의사가 없음을 시사한 것이다.

신형 ICBM 2종은 실제 미사일이 아니라 원통형 발사관 형태로 선보였다. 각각 바퀴축이 7개와 8개의 차량에 실려 나온 신형 ICBM 2종은 기존 ICBM인 KN-08(사거리 9000∼1만2000㎞)이나 KN-14(사거리 8000∼1만㎞)보다 길었다. 발사관 안에 어떤 미사일이 들어있는지는 분명치 않다. 이제까지 공개되지 않았던 신형 미사일이나 최근 고체연료엔진을 사용해 개발하고 있는 북극성 계열의 신형 미사일일 가능성도 있다. 외관상으로는 러시아의 ‘토폴 M’과 중국의 ‘둥펑(DF)’ 계열의 ICBM과 유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원통형 발사관을 이용한다는 것은 북한이 ‘콜드 론칭(cold launching)’ 방식을 개발 중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콜드 론칭이란 미사일을 공중에 띄운 뒤 점화하는 방식이다. 지난 2월 북한이 고체연료엔진 기반의 ‘북극성-2형’을 발사한 방식이다. 경남대 김동엽 교수는 16일 “바퀴축이 8개인 미사일은 액체연료를 사용한 KN-14이거나 개량형일 가능성이 있고 바퀴축이 7개인 미사일은 고체연료를 사용한 북극성-2형을 개량한 북극성-3형일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신형 ICBM 2종이 모두 고체연료를 기반으로 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고체연료 탄도미사일은 주입시간이 거의 걸리지 않아 발사 움직임을 사전에 포착하기 힘들다.

미국 전문가들 의견은 엇갈렸다. 핵무기 비확산단체 ‘플라우쉐어즈펀드’의 조지프 시리시오니 대표는 “발사관에 진짜 ICBM이 들어있는지 알 수 없지만 (북한의 ICBM 보유는) 곧 현실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마이클 에르먼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여러 개의 미사일을 공개한 것은 ICBM 디자인을 결정하지 못했다는 의미”라며 “북한은 1단계 ICBM을 발사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완벽하게 터득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KN-08 개량형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은 바퀴축이 6개인 중거리 미사일 무수단에 사용하는 차량에 실려 나왔지만 무수단보다 길었다. 탄두 부분 형상이 기존 KN-08과는 달라 전문가들은 비행 효율을 높이기 위해 탄두를 개량한 KN-08로 추정했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인 ‘북극성’과 사거리 1000㎞의 스커드-ER도 나왔다. 궤도형 발사차량이 많아진 것도 눈길을 끌었다. 중국산 바퀴형 차량이 국제 제재로 도입이 어려워진 사정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