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 같은 이 땅에 부활 소망과 위로를”

입력 2017-04-17 00:02
‘2017 한국교회 부활절연합예배’ 참석자들이 16일 서울 명성교회에서 열린 예배에서 부활의 기쁨을 찬양하고 있다.
탈북민 공동체인 서울 양천구 목동남로 새터교회에서 16일 이 교회 강철호 목사가 부활절감사예배 중 두 명의 성도에게 세례를 베풀고 있다.
서울 은평제일교회 앞에 어려운 이웃을 위한 ‘사랑의 쌀’ 1119포대가 쌓여있다.
10년 전 북한을 탈출한 김모(67·여)씨. 수차례 죽을 고비를 넘기고 국경을 넘었지만 남한 땅을 밟기 전까지는 전혀 안심할 수 없었다. 두려움에 떨며 머물던 태국에서 그를 보살핀 것은 한인교회의 선교사와 성도들이다. 5년 전 압록강을 건넌 이모(51·여)씨를 숨겨준 것 역시 중국에서 활동 중인 한인 선교사였다.

김씨와 이씨 모두 처음엔 선교사들의 보살핌이 의아했다. 선교사라 해도 현지 경찰에 발각되면 강제 추방될 수 있고 북한 정보원들이 들이닥칠 경우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신앙을 갖게 되면서 의문이 풀렸다.

“예수님은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 달려 죽으셨잖아요. 그 예수님을 따라서 선교사님도 행동했다는 것을 알게 됐죠.”(김씨) “더 중요한 건 예수님은 부활하셨잖아요. 예수 믿는 사람이라면 이 땅에서 죽어도 천국에서 영원히 다시 살 수 있다는 걸 믿고 어디서든 담대해야죠.”(이씨)

부활 신앙을 체득한 두 사람은 남한에 와서도 신앙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김씨와 이씨는 각각 서울 양천구 목동남로 새터교회(강철호 목사)의 권사와 집사다.

새터교회는 16일 20여명의 탈북민 성도들이 부활절감사예배를 드렸다. 탈북민 출신 1호 목회자인 강철호 목사는 ‘예수님 부활의 의미’(마28:1∼10)를 제목으로 “부활은 실재한 사건으로 그것이 오늘 우리에게 소망을 준다. 아무리 이 땅의 삶이 힘들고 악한 세력이 해하려고 해도 우리를 구원하시기 원하시는 하나님을 믿고 따르자”고 당부했다. 성도들은 “하나님이 우상숭배를 강요당하고 있는 북한의 동포들을 긍휼히 여기시고 돌봐주시길 기도하자”는 강 목사의 권면에 따라 목소리를 높여 기도했다.

이날 예배에서는 두 명의 성도가 세례를 받았다. 탈북민 윤모씨와 탈북민을 남편으로 둔 조선족 출신의 정모씨다.

한국교회는 이날 부활주일을 맞아 일제히 부활절 예배를 드리고 죽음에서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온누리에 선포했다. 성도들은 부활의 정신으로, 부패한 나라가 바로 서고 한반도에 평화가 넘치길 간구했다. 이웃을 향한 나눔을 실천하며 그리스도가 보여준 길을 따랐다.

60여 교단이 참여한 한국교회부활절연합예배준비위원회는 서울 강동구 구천면로 명성교회에서 ‘2017 한국교회 부활절 연합예배’를 드렸다.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는 ‘절망에 처한 자와 동행하시는 예수님’이라는 메시지에서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 이후 엠마오로 향하던 두 제자가 새 힘을 얻어 부활의 주님을 증거했듯이 우리도 꿈과 희망을 갖고 내일을 향해 나아가자”고 독려했다.

한국교회연합은 경기도 군포시 군포제일교회(권태진 목사)에서 2000여명의 성도들이 참석한 가운데 부활절새벽연합예배를 드렸다. 박위근(서울 염천교회 원로) 목사가 ‘부활신앙’이란 제목으로 설교했고 성도들은 평화통일과 섬김, 위로와 회복을 위한 공동기도를 드렸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경기도 안산시 화랑유원지 야외공연장에서 416가족협의회와 함께 부활절 연합예배를 드렸다. ‘예수가 여기 계시다’를 주제로 연합예배를 드린 NCCK는 세월호 참사 3주년을 맞아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과 유가족들과 함께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교회의 책임과 역할을 고민하며 기도했다.

부산기독교총연합회는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1800여 교회가 참여하는 ‘예수부활연합축제’를 개최했다. 부산성시화운동본부 등 20개 기관·단체 소속 교회에서 1만여 명이 참석했다. 광주기독교단협의회는 광주시청 문화광장에서 ‘부활, 새로운 시작’이라는 주제 아래 부활절 연합예배를 드렸다. 대구기독교총연합회는 대구 수성구 삼성라이온즈파크 야구경기장에서 연합예배를 드리고 장영일 대구 범어교회 목사가 말씀을 전했다. 대전기독교총연합회도 서대전공원에서 연합예배를 드렸다.

나눔으로 부활 정신을 실천한 곳도 많았다. 서울 은평제일교회(심하보 목사)는 어려운 이웃에게 사랑의 쌀을 전달했다. 교회는 독거노인과 소년소녀 가장, 차상위 계층 이웃들에게 전해달라며 10㎏짜리 쌀 1119포대를 은평구청에 전달했다. 강남구 광림교회(김정석 목사)는 ‘택시전도데이’를 개최했다. 성도들은 자가용 대신 택시를 타고 교회에 출석했다. 택시요금을 지불하면서 잔돈을 받지 않았고 도착해선 부활절 선물을 운전기사에게 전달했다.

글=신상목 백상현 장창일 이사야 기자 smshin@kmib.co.kr, 사진=서영희 기자, 강민석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