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태양절 105주년 기념 열병식은 북한 최고 지도부 내 권력 구도를 가늠할 수 있는 축소판이다.
이번 열병식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김원홍 전 국가보위상의 재등장이다. 김원홍은 주석단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오른편, 최부일 인민보안상과 윤정린 호위사령관 사이에 위치했다. 이전에 비해 야윈 모습이었지만 대장(별 4개) 계급장을 달고 있는 것으로 미뤄 복권됐을 가능성이 높다.
당초 정보 당국을 비롯한 우리 정부는 김원홍이 올 초 강등·해임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통일부는 지난 2월 “1월 중순 김원홍이 당 조직지도부 조사를 받고 대장에서 소장(별 1개)으로 강등된 이후 해임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김원홍이 주석단에 대장 계급장을 달고 재등장해 사상 교육인 ‘혁명화’ 과정 후 복권된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해임이 아니라 직무정지라는 의견도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김원홍을 해임하려고 했다면 강등시킬 필요 없이 계급장을 아예 박탈했어야 한다”며 “해임됐다가 재임명된 것이 아니라 직무정지당했다가 복권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김원홍은 김 위원장의 인사에 다소 어색한 모습으로 거수경례를 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이 주석단을 자유롭게 이동하는 모습도 중계 카메라에 포착됐다. 김 부부장은 김 위원장이 주석단에 등장할 때 뒤따라 들어온 뒤 김 위원장에게 안내책자를 가져다주기도 했다. 행사가 끝난 뒤 김 위원장이 이동할 때 최룡해 당 중앙위 부위원장에게 귓속말을 하는 장면도 잡혔다. 주석단을 거리낌 없이 이동하는 데다 황병서 총정치국장 등 주요 인사들이 김 부부장을 비켜서는 것을 감안할 때 직책을 넘어서는 ‘실세’임이 한 번 더 확인됐다는 평이다.
2015년 노동당 창당 70주년 기념 열병식에 류윈산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주석단에 올랐던 것과 달리 이번엔 중국 측 사절이 눈에 띄지 않았다. 박영식 인민무력상이 행사 초반 부대를 찾아 “동지들 안녕하십니까”라고 외쳐 중국의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열병식 장면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강등·해임설 김원홍 다시 등장
입력 2017-04-16 18:08 수정 2017-04-16 2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