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결국 수용한 미국식 ‘스탠딩 토론’ 대체 어떻기에

입력 2017-04-17 05:33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등이 오는 19일 진행되는 대선 후보 2차 TV토론회 방식을 놓고 거친 설전을 벌였다. 문 후보 측이 ‘스탠딩(입식) 토론’에 부정적 반응을 보이자 경쟁자들이 ‘건강 이상설’로 공격했다. 문 후보는 ‘히말라야 트레킹’ 경험까지 거론하며 건강 이상설을 일축했고, 스탠딩 토론을 수용했다.

논란은 지난 14일 토론회 룰 협상 과정에서 시작됐다. 문 후보 측은 토론 주제와 발언 순서들이 미리 짜인 ‘칸막이 토론’ 형식에서는 ‘서서 하는 토론회’의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자유토론이 아닌 이상 입식·좌식이 무슨 상관이냐는 논리였다. 칸막이 토론은 주최 측이 주제와 형식 등 토론 형식을 정한 뒤 후보 지지도 등에 상관없이 발언 기회를 보장하는 방식이다. 민주당, 국민의당, 자유한국당 등이 경선에서 사용한 방식이었다.

반면 스탠딩 토론은 사회자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5명의 후보가 각각 발언총량 내에서 모든 후보와 ‘난상 토론’을 벌이는 형식이다. 미국 대선 토론회에서 볼 수 있는 방식이다.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토론위)는 이번 대선에서 1차(23일·정치)와 3차(5월 2일·사회) 토론회에 스탠딩 토론 방식을 도입했다. 2차 토론회(28일·경제)만 앉아서 하는 토론 방식으로 진행된다.

안 후보 측과 유 후보 측이 협공에 나섰다. 김유정 국민의당 선대위 대변인은 15일 “2시간도 서 있지 못하는 노쇠한 후보가 정상적인 국정 수행을 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유 후보도 “71세인 힐러리 클린턴도 서서 토론을 하는데 (문 후보가) 왜 거부하는지 모르겠다”고 거들었다.

문 후보는 즉각 반박하며 스탠딩 토론을 수용했다. 문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토론을 할수록 국민의당 후보가 불리할 것 같은데, 스탠딩이든 끝장토론이든 얼마든 자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스탠딩 토론 횟수가 늘어날수록 문 후보에게 집중 공세가 펼쳐질 것이란 현실적 우려도 있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16일 “미국처럼 1대 1 토론을 하면 모를까 지금처럼 5명이 자유토론을 하면 공정성을 보장하기 힘들다”고 했다. 19일 열리는 KBS 토론회는 ‘정치·외교·안보’와 ‘사회·경제’로 주제를 나눠 각 후보가 사회자의 공통 질문에 답한 뒤 9분씩 2회에 걸쳐 스탠딩 토론을 실시키로 했다.

전문가들은 ‘초단기 선거’인 이번 대선에서 TV토론의 영향력이 과거보다 클 것으로 전망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외과 교수는 16일 “TV토론이 방송과 신문 보도의 원천 자료가 된다는 점에서 유권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며 “TV토론회 시청 후 지지 후보가 바뀌는 유권자 비중은 5∼10%인데 올해 대선은 워낙 박빙으로 흐르고 있어 무시할 수 없는 변수”라고 말했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각종 국정 현안에 대한 정책적 숙지도, 논리적 설득력이 결국 그 후보가 얼마나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펼칠 수 있는지에 대한 가늠자가 될 것”이라며 “특히 이번 대선처럼 ‘야-야 대결’ 구도인 경우에는 후보의 발언과 토론회 태도도 유권자의 표심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최승욱 김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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