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3주기인 16일 전국 각지에서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시민들은 이런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세상을 떠난 304명의 넋을 기렸다. 이날 목포신항에서는 미수습자 9명을 본격적으로 수색하기에 앞서 선체를 최종 점검하는 작업이 이뤄졌다.
안개 짙은 팽목항, 추모 행렬
전남 진도 팽목항에는 오전부터 많은 추모객들이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달고 짙은 안개가 낀 방파제를 걷고 있었다. 이들은 방파제 끝에서 세월호의 마지막 하선객을 맞이하기 위해 3년 동안 슬픔으로 버티고 있던 ‘기다림의 등대’를 한 바퀴 돌며 아픈 그날을 잊지 않으려는 듯 보였다. 몇몇 추모객은 미수습자와 희생자가 돌아오기를 염원하는 글귀가 적힌 리본과 유품들, 등대길 난간에 매달린 9명의 미수습자의 그리운 얼굴이 그려진 현수막을 한참 쳐다보다 눈시울을 붉혔다.
오전 10시 팽목항 분향소 앞에서는 추모행사가 열렸다. 진도군립민속예술단의 추모공연을 시작으로 세월호 영상 상영, 304명의 희생자를 상징하는 304개의 추모풍선 날리기 등이 진행됐다.
단원고 허다윤양 아버지 허흥환씨는 추모사에서 “아직 돌아오지 못한 9명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관심과 격려를 부탁한다”며 “세월호는 끝난 것이 아니라 이제 시작인 만큼 그날까지 우리와 함께해 주시길 간절히 바란다”고 호소했다.
안산 합동분향소도 8000여명 추모
경기도 안산 정부합동분향소에도 8000명이 넘는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분향소와 안산교육지원청 별관에 마련된 단원고 4·16 기억교실에는 오전부터 이곳을 찾은 추모객들로 노란색 물결을 이뤘다.
오후 3시부터 열린 추모제 ‘기억식’에는 대선 후보 등이 참석해 희생자들을 기리고 미수습자 9명의 온전한 수습을 기원했다. 기억식은 안산시 전역에 울리는 추모 사이렌과 함께 묵념을 시작으로 추모사, 시낭송, 추모 영상 상영, 자유발언, 추모공연 등으로 이어졌다.
추모객들은 분향소 희생자들의 영정사진 앞에서 헌화·분향한 뒤 야외에 설치된 부스에서 ‘0416엽서 보내기’ 행사에 참여했다. 시민들은 4·16가족협의회가 미리 준비해놓은 노란색 엽서에 희생자들을 결코 잊지 않겠다는 약속을 적어 우편함에 넣었다. 4·16가족협의회는 시민들의 엽서 내용을 대통령 선거 후보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추모객으로 북적인 광화문광장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은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려는 시민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24도를 웃도는 초여름 날씨에 가동하기 시작한 광장 분수대 앞에는 노랑 풍선에 메시지를 쓸 수 있는 부스가 마련됐다. 어머니 임선미(36)씨와 함께 온 김보민(6)양은 풍선에 삐뚠 글씨로 ‘세월호를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썼다.
광장에서는 다양한 행사가 진행됐다. 광장 한가운데 놓인 테이블 4개에 시민 20여명은 다닥다닥 붙어 앉아 노란 리본을 만드는 데 한창이었다. 대학생 정민수(27)씨는 “미수습자 수습과 진실 규명 등 세월호 참사는 현재진행형”이라며 “리본을 만드는 일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세월호를 기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진지한 표정으로 리본에 접착제를 붙였다.
광장 한쪽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시민 50여명은 어두운 표정으로 분향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학생 김화선(24·여)씨는 침통한 표정으로 304명의 영정사진 앞에 국화를 놨다. 고등학생 남동생이 있다는 김씨는 “꽃 같은 나이에 떠나 너무 안타깝다”며 눈물을 지었다. 이어 “희생자 가족들에게는 감히 위로할 수 있는 말이 없다. 그저 잊지 않겠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세월호 천막 상황실 앞에는 ‘잊지 못할 나의 4월 16일 노란 우편함’이 놓여 있었다. 투명한 우편함에는 어느 새 노란색 엽서가 가득 찼다. 엽서는 안산시 정부합동분향소 유가족 대기실에 전달된다. 엽서를 부친 설현지(13·진관중1)양은 “먼저 세상을 떠난 언니와 오빠들을 볼 때마다 슬픈 마음이 들어 미안한 마음에 광화문광장을 찾았다”고 말했다.이가현 구자창 기자,
진도·안산=김영균 김연균 기자 hyun@kmib.co.kr
세월호 참사 3주기… “미수습자 빨리 수습되길” “이런 비극 다시 없어야”
입력 2017-04-16 18:25 수정 2017-04-17 00: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