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주일이던 16일 오전 서울 중구 수표로 영락교회(이철신 목사) 사랑부 예배실은 입구에서부터 웃음과 설렘이 넘쳐났다. 부활주일을 기념해 사랑부 교사와 학생들이 워십 댄스와 연극을 준비했기 때문이다. 연극 무대에 오르기 위해 분장을 마친 학생들과 워십 댄스를 위해 흰색 셔츠를 맞춰 입은 찬양단 학생들의 표정에는 긴장감이 역력했다.
공연을 보러 사랑부를 찾은 가족들은 일찌감치 자리를 잡았다. 배우나 관객 모두 떨리기는 마찬가지. 부활주일 공연을 위해 자폐 등의 발달장애나 뇌성마비 같은 뇌병변장애를 갖고 있는 학생들은 2달 동안 교사들과 함께 맹연습을 했다.
공연은 김다이(30)씨의 내레이션으로 막이 올랐다. 김씨는 “예수님의 부활은 우리의 모든 죄를 깨끗하게 하는 능력이 있다. 죄를 회개하고 자백할 때 부활의 능력은 우리의 모든 죄를 사하여 주신다”고 했다. 이어 CCM ‘예수 이름 높이세’가 흘러 나왔다. 학생들은 느릿느릿 안무를 했지만 동작 하나하나가 관객들의 마음 깊숙이 와 닿았다. 5분도 되지 않는 짧은 곡에 맞춘 안무였고 어설퍼 보였는데도 9명의 학생들이 남긴 여운은 길었다.
조명은 꺼졌고 어둠 속에서 교사들이 연극 무대를 만들기 시작했다. 무대가 설치되자 옛날 이스라엘의 복식으로 분장한 학생들이 무대에 올랐다. 연극은 예수님의 고난과 부활의 장면들을 담았다. 그 중에서도 유다가 예수님을 팔고 예수님이 마지막 만찬에서 제자들을 위로한 뒤 빌라도 법정에 서는 장면 등에선 열연이 돋보였다. 배우들은 온 힘을 다해 대사를 외치면서 인간의 탐욕과 예수님의 용서, 회개의 감정을 표현했다.
연극의 백미는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고 무대 앞으로 걸어가는 장면이었다. 예수 역을 맡은 김예람(23)씨는 뇌병변 장애로 거동이 불편했지만 십자가를 지고 힘겨운 발걸음을 뗐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예람씨의 몸과 십자가가 동시에 휘청이며 수차례 주춤거렸다. 하지만 관객들의 응원은 예람씨를 무대 위로 이끌었다. 십자가에 달린 순간 정적이 흘렀다. 예람씨의 연기를 보면서 교사들은 가슴을 쓸어내렸고 훌쩍이는 학생도 눈에 띄었다.
연극은 모든 배우들이 무대에 올라 부활의 기쁨을 노래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노래가 끝나고 암전되자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관객석에 있던 학생들도 힘찬 외침으로 친구들의 공연을 축하해 줬다.
이날 공연은 완성도를 떠나 혼신을 다한 학생들의 열연으로 보는 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안아줬다. 사랑부 부장 장시욱 집사는 “학생들의 연령이 18세에서 50세까지 다양하고 장애가 있어 연습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면서 “우리 학생들이 전하는 부활의 기쁜 소식이 방방곡곡에 전해지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
장애인들 열정으로 더 빛난 부활의 감동
입력 2017-04-17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