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 개통” 갤S8 노숙 열풍… ‘황제 알바’란 말까지

입력 2017-04-17 05:20
16일 서울 종로구 SK텔레콤 직영점 T월드 카페 앞에 두 명의 취업준비생이 순번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18일 갤럭시S8 사전예약자 개통 행사 때까지 현장에서 노숙할 예정이다

지난 13일 오후 9시, 서울 종로구 SK텔레콤 직영점 매장 앞에 한 남성이 나타났다. 강원도 원주에서 올라왔다는 그의 손에는 옷가지가 담긴 여행용 캐리어가 들려 있었다. 5박6일의 노숙을 각오한 준비였다. 노숙을 끝내면 그의 손에 갤럭시S8 플러스(+) 모델이 들어온다. 265만원 상당의 삼성 SUHD TV와 200만원 상당의 게임 아이템(리니지 레볼루션 스페셜)은 덤이다. ‘피겨 여왕’ 김연아와 기념촬영도 할 수 있다.

갤럭시S8 개통 행사 순번을 정하는 데는 엄격한 규칙이 있다. 화장실이나 편의점을 갈 때는 대기표를 받고 이동해야 한다. 10분 이상 자리를 비우면 대기 무효 처리가 된다. 밤에도 바깥에서 기다리는 게 원칙이다. 다만 비가 오거나 안전이 우려될 경우 매장 안에서 머무를 수 있다. 첫 번째로 줄을 선 김영범(27)씨는 16일 “첫날은 바깥에서, 둘째 날은 매장 안에서 밤을 지새웠다”며 “지난밤은 그래도 1시간 정도 잤다”고 말했다.

긴 기다림에도 김씨는 지친 기색이 없었다. 김씨의 건강을 걱정한 SK텔레콤 직원들이 패딩점퍼와 핫팩, 담요, 먹을거리 등을 건넸다. 다음 날에는 흰 천막과 콘센트를 설치했다.

그의 노숙 소식이 전해지자 온라인에는 ‘황제 알바’라는 댓글이 달렸다. 사은품 가격을 따지면 일당 100만원짜리 노숙이라는 것이다. 취업준비생인 김씨의 처지를 비난하는 글도 올라왔다. 하지만 김씨는 “장학금도 받고 알바도 틈틈이 하며 내 생활비는 내가 벌어 쓰고 있다”며 “이런 이벤트에 참여하는 게 취미”라고 말했다.

14일 오후 두 번째로 줄을 선 취업준비생 이민국(25)씨는 경기도 남양주에서 왔다. SK텔레콤은 2등에게도 185만원 상당의 삼성전자 노트북9을 증정하는 등 8등까지 다양한 사은품을 마련했다.

‘1호 개통자’가 되기 위한 줄 서기는 매년 있어온 풍경이다. 다만 올해처럼 엿새 전부터 대기줄이 생기는 건 이례적이다. 갤럭시S8에 대한 기대와 이동통신사의 지나친 경쟁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KT는 1호 개통자에게 8만원대 데이터요금제 1년 이용권과 단말 할부금 지원 프로그램 1년 이용료, 기어S3 프론티어를 증정한다. LG유플러스는 사전 판매 전날 길거리 이벤트를 계획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8 사전 체험존 방문객이 15일 만에 160만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갤럭시S8은 21일 정식 출시된다.

글·사진=심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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