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25·토트넘 홋스퍼)이 유럽파 한국인 축구 선수들 중 단연 ‘군계일학’이다. 시즌 19골로 한국축구 전설 ‘차붐’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하지만 다른 한국선수들의 기량은 정체 혹은 퇴보를 보이고 있어 대조를 이루고 있다.
손흥민은 1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화이트 하트 래인에서 열린 2016-2017 프리미어리그(EPL) 본머스와의 홈 경기에 선발 출전해 전반 19분 골을 넣어 토트넘의 4대 0 승리에 힘을 보탰다.
시즌 19호 골(EPL 12골·FA컵 6골·UEFA 챔피언스리그 1골)을 기록한 손흥민은 차범근 2017 FIFA U-20 월드컵조직위원회 부위원장이 33세이던 1985-1986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기록한 한국인 한 시즌 유럽리그 최다 골(19골) 기록과 동률을 이뤘다.
토트넘은 이번 시즌 리그에서 6경기를 남겨 두고 있고, FA컵 준결승에 진출해 있기 때문에 손흥민은 최대 8경기에 출전할 수 있다. 따라서 최근 6경기에서 EPL 4경기 연속 골을 포함해 8골을 몰아친 손흥민이 차 부위원장의 기록을 뛰어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차 부위원장은 분데스리가 10년 동안 리그 98골을 포함해 각종 대회에서 통산 121골을 기록했다. 손흥민은 2010년 분데스리가 함부르크에서 유럽 1부 리그에 진출한 이후 7년 동안 통산 76득점(리그 57골)을 올렸다. 둘 다 강인한 체력과 스피드를 바탕으로 윙어와 최전방 공격수, 섀도 스트라이커 등 모든 공격 포지션을 소화하는 등 닮은 점이 많다. 젊은 손흥민이 부상을 당하지 않고 현재의 컨디션을 유지한다면 통산 득점에서도 차 부위원장을 충분히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손흥민은 이날 장점인 드리블과 마무리 능력을 맘껏 펼쳐 보였다. 단점으로 꼽힌 패스와 연계 플레이에서도 합격점을 받았다. 축구 통계 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에 따르면 손흥민은 이날 팀 내 최고인 키패스 4회, 드리블 돌파 2회를 기록했다. 또 볼 터치 횟수는 73회, 패스 성공률은 90%에 달했다.
영국 축구 통계 사이트 ‘스쿼카’는 “지금 기세로만 보면 EPL서 가장 뛰어난 선수는 손흥민”이라며 “손흥민은 공격 능력뿐만 아니라 지칠 줄 모르는 활동량, 넓은 시야 때문에 토트넘에서 중요한 존재다. 우승 경쟁을 원하는 팀이라면 누구나 그를 가지고 싶어 할 것”이라고 극찬했다.
반면 EPL에서 활약하고 있는 기성용(28·스완지시티)과 이청용(29·크리스털 팰리스)은 웃지 못하고 있다. 한때 EPL 아시아 선수 한 시즌 최다 골(8골) 기록을 보유한 기성용은 올 시즌에서는 득점이 0일 정도로 침체상태다. 이날 왓퍼드전에 선발 출전했지만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 못했고, 팀도 0대 1로 패했다. 스완지시티는 리그 18위(8승4무21패)로 강등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청용은 아예 10경기 연속 결장 중이어서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다.
독일 분데스리가 선수들의 활약도 미미하다. 아우크스부르크의 지동원은 이번 시즌 29경기에 전부 출전했지만 2173분을 뛰며 3골 2도움을 기록,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같은 팀의 구자철은 부상 악령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2월 발목 부상을 입은 구자철은 이날 열린 쾰른과의 홈경기에서 후반 42분 상대 팀 선수와 공중볼 경합을 하다 착지 과정에서 무릎을 다쳤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손흥민의 전설, ‘차붐’ 넘기 일보직전
입력 2017-04-16 21:24 수정 2017-04-16 2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