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피난민 버스에 자폭테러… 최소 100명 사망

입력 2017-04-17 00:02
총을 든 한 남성이 15일(현지시간) 시리아 알레포 외곽 라시딘에서 차량폭탄 테러로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훼손된 버스 옆을 지나가고 있다. 이번 공격으로 민간인 수백명이 숨지거나 다쳤다. AP뉴시스

탈출구가 없어 보이는 시리아 내전의 소용돌이 속에서 민간인의 희생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2주 전 정부군 소행으로 추정되는 화학무기 공격으로 수백명이 숨진 데 이어 이번에는 피난민을 겨냥한 자폭공격이 벌어져 100명 이상이 숨졌다.

CNN방송 등 외신들에 따르면 15일(현지시간) 시리아 반군 포위지역을 나와 정부군 관할지역으로 이동하던 시아파 주민들이 알레포 외곽 라시딘에서 차량 자폭공격을 받아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시리아 민간 구조대인 ‘하얀헬멧’은 이번 테러로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100명 이상이 숨졌다고 밝혔다. 주민 철수 협상에 관여했던 정부 측 인사도 사망자가 140명을 넘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테러를 당한 시아파 피난민들은 내전 중 반군에 장기간 포위됐던 알푸아와 카프라야 지역을 빠져나오던 이들로 같은 시아파인 정부군이 통제하는 다마스쿠스와 알레포, 라타키아 등지로 이동하던 길이었다.

앞서 반군과 정부군 양측은 이란과 카타르의 중재로 각각이 포위한 지역 2곳에서 주민과 무장대원을 맞교환해 이동하기로 합의했다. 합의에 따라 양측은 지난 14일부터 1차로 4곳에서 총 7000명을 이동시킬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날 합의이행 과정에서 조건위반 논란이 불거지며 철수가 일시적으로 중단됐고, 버스 호송 행렬이 도로에서 30시간 넘게 발이 묶인 사이 테러의 표적이 됐다. 시리아 국영 사나통신은 공격에 이용된 차량에 어린이들에게 제공할 식량이 가득 실려 있었다면서 물자 보급 차량으로 위장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아직까지 테러의 배후를 자처한 세력은 나타나지 않은 상태로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은 일제히 이번 테러를 “비겁한 만행”이라고 비난했다. 특히 반군 측은 성명을 통해 “이런 테러 행위는 반군의 명예를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최근 화학무기 공격으로 잔인하게 민간인을 살해한 시리아 정부의 범죄 행위를 왜곡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군은 “이번 테러의 정확한 경위와 배후를 알아내기 위한 조사에 공식 착수했다”면서 “누구의 소행인지 확실하게 밝혀낼 수 있다면 국제기구 조사단과도 협력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유엔도 사무총장 대변인 성명을 통해 “시리아 주민들의 대피는 정당한 협상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하며 정부군과 반군에 주민들의 안전 보장을 촉구했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