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국민에게 손 벌리기 전에 내부 혁신부터 하고, 정치권은 예산이 투입되는 공약 전에 부실 대학부터 솎아내야 한다.”
나의균(63) 군산대 총장은 어떤 대학 이슈가 나와도 이 두 가지 해법으로 꿰어 설명했다. 학생 수 감소에 따른 지방대학 위기, 등록금 정책, 대학 구조조정, 4차 산업혁명, 대선 공약으로 화제를 바꿔봐도 결론은 똑같았다. 대학 이슈 전반을 꿰뚫는 명료함이 돋보였다.
군산대는 산학협력을 고리로 ‘작지만 강한 대학’으로 거듭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학 구조개혁 평가에선 A등급을 받았고 다수 정부 재정지원 사업에 선정되는 지역 강자다. 3년째 군산대를 이끌고 있는 나 총장을 지난 14일 만나봤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대학 공약이 대선 캠프에서 앞 다퉈 발표되고 있었지만 별로 기대하지 않는 눈치였다.
-각종 평가에서 강한 이유는.
“산학협력에 초점을 맞추고 내부 혁신을 하고 있다. 국립대라도 중소 규모는 선택과 집중을 하지 않으면 답이 없다. 인근에 산업단지가 있어 주변 환경도 나쁘지 않았다. 교수 연구 업적을 평가하거나 승진할 때 산학협력 점수를 대폭 강화했고, 매년 평가해 하위 학과에서 정원을 빼 상위 학과를 늘리도록 학칙으로 명문화했다. 물론 내부 반발이 상당했다. 2015년에 세라믹디자인학과를 없앴는데 학내 분규가 일기도 했다. 총장과 학과장들이 단과대를 직접 돌며 설득했다. 총장 선거 당시 도와준 교수를 보직 교수에 많이 앉히지 않고 저와 반대편에 섰던 분들을 중용했던 점이 효과를 봤다.”
-지방대 위기다.
“부실대 빨리 없애야 한다. 1996년 대학설립준칙주의(일정 요건만 갖추면 대학 설립 허가) 도입 후 부실 대학이 엄청 늘었다. 준칙주의 이후 생긴 107개 대학 중 46%가 부실대다. 국가 재정이 이런 대학에 쓰이면서 건실한 대학들마저 타격을 받고 있다. 부실대에 한 해 800억원 이상 투입되는 걸로 안다. 부실대를 강제로 문 닫게 하는 대학구조개혁법이 수년째 국회에 묶여 있다. 또한 대학 간 교류·협력이 많아져야 한다. 학생 수만 줄어드는 게 아니다. 진학률도 40%대로 추락할 것이다. 현재 상태로는 지방대가 버틸 방법이 없다. 결국 통합해야 할 텐데 당장은 이해관계 때문에 어려우니 전단계로 학점 교류 등 느슨한 형태로 연합해 차츰 충격을 줄여나가야 한다.”
-대선 주자들의 대학 공약은 어떻게 평가하는가.
“새 정부가 들어서면 경제 안보 복지 등 엄청나게 돈 들어갈 일이 줄 서 있다. 어떻게 예산을 다 충당하겠는가. 교육 예산은 아마 후순위일 것이다. 저는 대학 때 집에서 매월 10만원 받아 8만5000원 하숙비 내고 1만5000원으로 살았다. 1만5000원을 15만원처럼 썼다. 남들 하는 거 다 하면 언제나 부족하다. 총장 취임하자마자 재정효율화팀을 두고 중복 투자나 새는 돈 막았다. 우리 대학도 등록금 동결로 최근 몇 년간 90억원가량 타격을 받았다. 그래도 두루뭉술하게 남들 하는 거 다 하고 돈 달라면 안 된다. 그리고 대선 주자들이 교육을 좀더 연구하고 공약을 냈으면 좋겠다. 특히 교육부 축소, 폐지는 현실성이 떨어진다. 유치원에서 대학원까지 컨트롤타워를 위원회 조직으로 가는 게 가능할지 의문이 든다. 교육 정책만 갖고 대선 주자 토론회를 해봤으면 좋겠다. 그래야 참모들이 써준 대로 읽지 않고 공부하고 공약을 내놓을 것이다.”
군산=글·사진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인터뷰] 군산대 나의균 총장 “대학은 국민에게 손 벌리기 전에 내부 혁신부터”
입력 2017-04-16 1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