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승민 후보 사퇴론 적절치 않다

입력 2017-04-16 17:31
바른정당 일부 의원들이 유승민 대선 후보에게 후보 사퇴를 요구키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바른정당 의원 20여명은 지난 14일 조찬회동을 갖고 유 후보에게 후보 사퇴 등을 포함한 대책 마련을 촉구키로 했다고 한다. 참석자들은 후보 사퇴라는 직접적인 표현 대신 유 후보가 ‘다양한 대책’을 검토해 줄 것을 요청키로 했다고 밝혔으나 사실상 후보 사퇴가 핵심이라는 것이다. 16일에는 이종구 바른정당 정책위의장이 유 후보의 자진 사퇴를 공개적으로 압박하기도 했다. 대통령 선거 후보자 등록을 마친 유 후보는 기자회견 등을 통해 “중도 사퇴는 없다”며 완주 의지를 분명히 했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기도 전에 불거진 유 후보 사퇴 주장은 여러모로 적절치 않다. 대통령을 뽑는 국민의 선택권이 일부 국회의원들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 제한받아서는 곤란하다. 대선은 국민들의 삶을 가름할 수 있는 인물을 뽑는 중요한 정치행위다. 진보와 보수 등 이념적 가치를 따져보는 것이 판단의 잣대가 될 수 있다. ‘보수의 새 희망’을 주창하며 출사표를 던진 유 후보의 사퇴를 압박하는 것은 유권자의 선택 폭을 좁히는 행위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당의 공식적인 선출 과정을 거쳐 후보가 된 인사를 끌어내리겠다는 것은 당원의 권리를 존중한다는 당의 정강정책과도 배치된다.

모든 후보가 끝까지 완주하란 법은 없다. 그러나 유 후보 사퇴 주장은 시기적으로도 너무 이르다. 자신들이 후보로 세워놓고 후보 등록 전에 그만두라는 것은 정치적 도의에 어긋난다. 유 후보의 지지율이 낮다는 것이 명분이라지만 속으로는 선거비용 등 ‘돈 문제’ 때문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와 더 씁쓸하다. 바른정당은 옛 새누리당의 구태를 비난하며 뛰쳐나온 의원들이 이른바 개혁보수를 지향하며 만든 정당이다. 생긴 지 몇 개월밖에 되지 않은 신생 정당이 기존 정당을 답습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