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탑 갈등 ‘제2·제3의 밀양사태’ 우려

입력 2017-04-17 05:00
전국 곳곳에서 변전소와 송전선로 설치를 둘러싼 마찰이 잇따르고 있다. 원활한 전력 공급을 위해 공사를 서두르는 한국전력과 전자파와 환경파괴를 우려하는 주민들이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자칫 전국적으로 논란이 됐던 ‘밀양 송전탑’ 사건처럼 문제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6일 한국전력 본사에 따르면 전력수요 확대에 대비한 산업부의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맞춰 전국적으로 변전소 등 송·변전 시설 공사를 추진 중이다. 함평 빛그린국가산단 406만㎡의 원활한 전력수급을 위한 광주광역시 광산구 임곡∼본량 송전선로 건설사업도 그 중 하나다.

한전은 오는 8월부터 임곡·본량동 일대에 250억원을 들여 송전선로 13.7㎞와 송전탑 33기, 변전소 1개소를 설치할 계획이다. 하지만 송전탑 예정부지 반경 1㎞ 안의 주민들은 “용진산 자락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생태보전지로 경관훼손이 불가피하다”며 송전탑 대신 송전선로의 지중화를 요구하고 있다. 한전이 지상 송전탑을 강행하면 전국송전탑변전소 대책위와 연대해 강력히 투쟁하겠다는 입장이다.

한전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지중화 할 경우 터널 등을 뚫는 공사기간이 2∼3배 늘어 2018년 12월 완공될 빛그린산단에 정상적 전력공급이 어렵다는 것이다. 공사비가 최소한 1000억원 이상 증가하는 것도 걸림돌이다.

2021년 6월 준공을 목표로 한 경기 안성 고덕변전소∼서안성변전소 간 17㎞의 고압송전선로 건설사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안성시민들은 “평택 고덕 산업단지를 위한 전용 고압선로가 안성 원곡면과 양성면을 통과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주변에 5개의 변전소와 314개의 송전탑이 설치돼 있는데 안성시민들이 사용하지도 않는 고압선로를 추가 설치하고 전력터미널 역할만 강요하는 것은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014년 개교한 울산 스포츠과학중고 학부모들도 학생들의 건강권 보장을 위한 송전탑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학교와 직선거리가 200m도 되지 않는 곳의 송전시설은 지중화가 아니면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학교부지가 먼저 확정된 만큼 송전탑 위치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전은 울산 북구 강동권의 전력수요가 급증하자 학교 인근 등에 송전탑 9기와 변전소를 세우는 공사를 진행 중이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전문가와 주민이 공동 참여하는 가칭 위해시설물검증위나 변전소 입지선정위원회를 제도화해 갈등을 줄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전국종합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