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들 중에 아미시라는 그룹이 있습니다.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로 알려진 이들은 하나님과는 물론이고 개인을 넘어 이웃과 평화롭게 사는 사람들입니다. 자연이 아파하는 모습에 같이 아파하며 일상생활도 생태적 방식으로 느리게 살아갑니다.
2006년 10월 2일,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의 니켈 마인스라는 마을의 아미시 학교에서 총기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웃에 살던 찰스 로버츠라는 트럭운전사가 10명의 여자아이들에게 총기를 난사해 5명이 즉사하고 5명이 중상을 입은 참사였습니다. 로버츠는 여학생들만 죽였는데 9년 전 막 태어난 자신의 딸이 20여분 만에 죽는 아픔을 경험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출산 직후 사망한 것을 신의 저주라 생각해왔고 여학생들을 죽이는 것이 신에게 복수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사건을 저지르고 로버츠 자신도 현장에서 자살했습니다.
이 사건은 그 자체로 충격적이었지만 전 세계가 충격을 받은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피해를 입은 아미시 사람들이 그날 오후 가해자 로버츠의 가족을 찾아가 용서의 메시지를 전달했기 때문입니다. “해가 지도록 노여움을 품고 있지 마십시오”(엡 4:26)라는 성경의 말씀을 따라 그들은 로버츠를 용서했고 유가족도 피해자로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제 가해자의 장례식에 참석한 조문객의 절반 이상이 아미시 사람들이었고, 도처에서 보내온 성금을 가해자의 유가족을 위해 쓰도록 했습니다. 사건 발생 한 달 후 아미시들은 가해자의 아내와 세 자녀를 초청해 식사를 대접하고 위로했습니다.
어떻게 이러한 용서와 화해, 평화의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었을까요. 이는 하루아침의 감정 변화로 생겨난 것도 아니며 가식적 행동도 아니었습니다.
이들은 수백년간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과 가르침에 복종하는 훈련을 해왔습니다. 원수를 사랑하는 가르침을 이론이 아닌 실제로 받아들이며 살아왔습니다. 이들은 평화의 문화를 창조해 왔습니다. 이들은 ‘그리스도의 법’이라고 말하는 마태복음 18장 15∼20절의 말씀에 근거해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직면했습니다. 그들은 내면과 가정, 공동체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외면하지 않고 직시하며 하나님을 신뢰하는 가운데 해결에 대한 소망을 가졌습니다. 그들은 “오직 사랑으로 진리를 말하고”(엡 4:15) 타인의 말을 경청합니다. 공동체 속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립니다. 그리고 가장 적절한 용서와 화해, 평화의 방식을 찾습니다.
용서와 화해, 평화는 모든 사람의 문제입니다. 아미시나 특별한 사람의 전유물이 아니라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나 실천하고 누려야할 복음의 핵심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더 이상 화해할 사람이 없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일이 일어나면 좋겠습니다. 그리스도께서 이미 화해를 이루셨으며 우리를 화해의 사신으로 부르셨음을 믿기에 이를 실천하겠습니다. 오늘 내가 있는 곳에서 나부터 화해하겠습니다.
김복기 총무(한국아나뱁티스트센터)
[나부터 새로워지겠습니다] 나부터 화해하겠습니다
입력 2017-04-17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