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날 특별한 노래 ‘옐로’… “슬픔 위로받길 ”

입력 2017-04-17 05:04
밴드 콜드플레이의 보컬 크리스 마틴이 지난 15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열린 첫 내한공연 무대에서 열창하고 있다. 2시간 동안 이어진 이날 공연은 5만명의 관객이 즐겼다. 현대카드 제공

폭발적인 밴드사운드와 함께 5만명의 함성이 밤하늘에 메아리쳤다. 오랜 기다림이 응축된 소리였다. 지난 15일 오후 8시 콜드플레이(COLDPLAY)의 첫 내한 공연이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현대카드의 22번째 슈퍼콘서트로 열렸다. 1998년 영국 런던에서 밴드가 결성된 지 19년 만이다.

이번 공연은 시작 전부터 화제가 됐다. 내한을 학수고대하던 팬들이 너무 많아 공연 횟수를 1회에서 2회로 늘려야 했기 때문이다. 이날 뜨거운 환호를 받으며 조니 버클랜드(기타), 가이 베리먼(베이스), 윌 챔피언(드럼)과 함께 무대에 오른 크리스 마틴(보컬·피아노)은 “19년이나 기다려줘서 고맙다. 최고의 쇼를 선사하겠다”는 말로 한국 팬들에게 화답했다.

2015년 발매된 정규 7집 동명의 수록곡 ‘어 헤드 풀 오브 드림스(A Head Full Of Dreams)’가 공연의 문을 열었다. 이어 역대 앨범 히트곡 22곡이 펼쳐졌다. 브릿팝과 아레나 록, 일렉트로닉 팝 등 여러 장르를 아우르며 진화를 거듭해온 만큼 무대는 다채로웠다. 마틴은 “우리 음악의 여정은 청년이 어른으로 자라나는 성장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공연한 곡 가운데 ‘옐로(Yellow)’나 ‘픽스 유(Fix You)’는 한국 팬들에게 각별했다. 두 번째 공연이 열리는 16일이 세월호 참사 3주기이기 때문이다. 마틴은 앞서 인터뷰를 통해 “페리(세월호) 때문에 ‘옐로우’가 특별한 것을 잘 안다”고 밝혔다. 챔피언도 “슬픔을 위로하는 노래 ‘픽스 유’를 한국의 슬픔에 공감하며 연주할 것 같다”고 했다.

‘에브리 티어드롭 이즈 어 워터폴(Every Teardrop Is a Waterfall)’ 무대가 달아오를 때 마틴은 태극기를 꺼내 흔들었다. 관객들은 한목소리로 노래를 따라 부르는 떼창으로 밴드를 감동시켰다. 마틴은 “듣던 대로 대단하다”며 ‘더 사이언티스트(The Scientist)의 후렴구를 반복해 부르기도 했다.

볼거리도 화려했다. 모든 관객들이 착용한 LED 발광 팔찌 ‘자일로 밴드’가 선율에 맞춰 공연장을 오색 빛깔로 수놓는 장관이 펼쳐졌다. ‘올웨이즈 인 마이 헤드(Always in My Head)’와 ‘매직(Magic)’이 흘러나올 때는 관객들이 휴대폰 플래시를 켜고 흔들었다. 마틴은 서툰 한국어로 연신 ‘감사합니다’를 외쳤다.

공연장의 열기는 2008년 내놓은 정규 4집 수록곡 ‘비바 라 비다(Viva la vida)’에서 절정에 달했다. 권력자의 최후를 다룬 가사 덕에 탄핵 촉구 집회가 열린 광화문광장에서 ‘탄핵찬가’로 통한 곡이다. 전주가 흘러나오자 모든 관객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치켜들고 목소리를 높여 합창했다.

콜드플레이는 한국 팬들을 위한 특별 선물로 ‘섬싱 저스트 라이크 디스(Something Just Like This)’ 전주에 “너무 행복하다. 마침내 ‘강남스타일’의 고향에 왔다”라는 가사를 붙여 내놨다. 피날레는 ‘업&업(Up & Up)’이 장식했다.

환희와 흥분, 공감과 위로가 버무려진 두 시간짜리 종합선물세트 같은 공연이었다. 마틴은 한국 팬들을 “세계 최고의 관객”이라고 치켜세웠고, 무릎을 꿇은 채 무대 위 태극기에 작별 키스를 했다. 관객들은 ‘비바 라 비다’를 열창하며 좀처럼 자리를 뜨지 못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