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0조원대 규모로 성장한 전 세계 기저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국내 화학업체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매년 8% 이상 성장률을 보이는 기저귀 시장은 2021년에는 90조원대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인구대국인 중국과 인도의 기저귀 사용 비중이 20∼30%에 머물러 있어 향후 폭발적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데다 세계적 인구 노령화에 따른 성인용 기저귀 시장 성장세도 가파르다.
LG화학은 기저귀에서 수분 흡수를 담당하는 SAP(고흡수성 수지)를 생산한다. 2008년 코오롱으로부터 7만t 규모의 SAP 사업을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기저귀 시장에 뛰어들었다. LG화학이 생산하는 SAP는 g당 최대 500g의 물을 흡수한다. LG화학은 연간 36만t의 SAP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약 360억개의 기저귀를 만들 수 있는 수준으로 세계 시장 점유율 13%에 달한다.
LG화학은 중국 시장을 주목한다. 중국 SAP 수요는 2011년 23만t 수준에서 지난해 37만t으로 연평균 10% 이상 급성장하는 중이다. 현재 중국의 기저귀 보급률은 38% 수준이다. LG화학 관계자는 16일 “중국 경제 성장에 따라 기저귀 수요가 급증하고 SAP 시장도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0년 중국의 SAP 수요는 54만t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LG화학은 나라별 기저귀 트렌드에 맞춰 조금씩 다른 SAP를 개발하는 중이다. 고온다습한 남미 지역에서는 습기에 쉽게 굳지 않는 제품을 원하고, 중국에서는 수분 흡수 속도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유럽 등 선진국은 최대한 얇게 만들어 옷맵시가 좋아 보이도록 하는 기저귀를 선호한다.
효성은 기저귀에 들어가는 스판덱스로 승부를 걸고 있다. ‘크레오라’ 브랜드로 스판덱스 시장 1위를 달리는 효성은 기저귀용으로 ‘크레오라 컴포트’를 생산한다. 주로 신체 중 다리와 맞닿는 주름에 쓰이며 신축성이 좋아 다리를 편하게 감싸면서도 수분이 새지 않도록 잡아준다. 남아·여아용, 사이즈, 앞뒤 구분을 위해 스판덱스에 컬러를 넣는 기술력 부문에서 독자적인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수소 첨가 석유수지(수첨수지)를 생산한다. 일반 석유수지에 수소를 첨가해 무색·무취·무독성을 갖게 되며, 기저귀 등 위생용품용 점착제로 사용된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여수·대산 공장 등에서 연간 총 9만t의 수첨수지를 생산한다. 이는 연간 세계 생산량 40만t의 약 4분의 1 수준이다.
최근 한화케미칼도 여수 국가산업단지 내에 1300억원을 투자해 연간 5만t 생산 규모의 수첨수지 생산 공장 건설에 나서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글=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화학업체들 “전세계 60조 기저귀 시장 잡아라”
입력 2017-04-17 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