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대로 가면 당도 후보도 공멸” 유승민 후보 사퇴 공론화 일파만파

입력 2017-04-15 05:10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14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유승민 후보 지지 전국여성대회에서 ‘승리’ 글자가 적힌 떡케이크를 안은 채 지지자가 건넨 떡을 먹고 있다. 뉴시스

바른정당 의원들이 유승민 후보의 사퇴를 사실상 요구키로 뜻을 모은 건 낮은 지지율 때문이다. 후보 선출 이후 17일이 지났는데도 유 후보 지지율은 2∼4%대에 머물러 있다. 현재 유 후보는 보수·중도 단일화는 물론 연대도 거부한 채 독자 완주 노선을 고수하고 있다. 바른정당 의원들 사이에는 “이대로면 후보와 당 모두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퍼져 있다. 그동안 바른정당에서 금기어였던 후보 사퇴 요구가 공론화되면서 당 진로를 둘러싼 격론도 예상된다.

서울 마포구 한 식당에서 14일 열린 조찬 모임에는 당 소속 의원 33명 가운데 20명이 넘게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 후보를 돕고 있는 7∼8명 의원과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인 김무성 주호영 정병국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의원 대부분이 참석한 셈이다.

모임에선 한국당이든 국민의당이든 연대의 문은 열어놔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고 한다. 유 후보가 단일화와 연대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지만 후보 사퇴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돼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몇몇 의원은 “지금이라도 후보를 내지 않고 진정으로 반성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야 훗날을 도모할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자금 마련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의원들도 있었다고 한다.

유 후보 측은 당혹감을 드러냈다. 유 후보 캠프 한 의원은 “아직 의원들로부터 후보 사퇴 요구를 공식적으로 전달받은 게 없다”며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말을 아꼈다. 이어 “후보 등록 하루 전날 뭘 어쩌자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바른정당은 앞으로 세 갈래 길을 놓고 내분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유 후보로 대선을 끝까지 치르는 것이다. 유 후보의 완주 의사가 강해 의원들의 사퇴 요구에도 쉽게 물러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당내 지원을 못 받는 후보가 선거를 치르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 타협책이 모색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실제 의원들의 사퇴 요구는 ‘단일화 압박용’이란 해석도 있다. 연대와 단일화 논의를 거부하는 유 후보의 입장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후보 사퇴라는 극단적인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설명이다. 바른정당 한 의원은 “정당이 후보에게 끌려다닐 수는 없는 일 아니냐”면서 “대선 후보의 전략과 방향은 후보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한국당과 다시 합쳐 보수 재건에 나서는 길도 있다. 그러나 이는 창당 석 달도 안 돼 스스로 탈당이 잘못됐음을 인정하는 셈이다. 현실성이 낮다.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 문제와 친박(친박근혜) 청산 등 난제도 풀리지 않고 있다.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지지하자는 움직임도 있다. 한 의원은 “각자 제 갈 길을 찾아가다 당이 공중분해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당내 후보 단일화 압박은 과거에도 있었다. 2002년 민주당의 ‘후단협(후보단일화협의회) 사태’가 대표적이다. 당시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지방선거 참패 등으로 위기에 처하자 경선에서 이인제 후보를 밀었던 구주류와 범동교동계가 단일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당시 노 후보는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를 거쳐 대통령에 당선됐다.

하윤해 권지혜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