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빼고 최강… 보란 듯 ‘폭탄의 어머니’ 터뜨린 트럼프

입력 2017-04-15 00:00


미군이 아프가니스탄 난가하르주의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근거지에 투하한 GBU-43 폭탄(Massive Ordnance Air Blast Bomb·모아브)은 재래식 무기로는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폭탄이다. ‘모든 폭탄의 어머니’로 불린다. 미군이 모아브를 투하한 것은 현지 IS 근거지가 깊은 계곡과 바위, 수많은 동굴로 이뤄진 험준한 산악지대여서 기존 무기로는 공격이 쉽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또 강력한 파괴력을 가진 폭탄을 투하함으로써 IS의 전투의지를 꺾는 심리적인 효과도 노린 것으로 보인다.

AP통신과 CNN방송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아프간 국방부 대변인은 13일(현지시간) 이번 폭격으로 IS 대원 36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또 3개의 지하터널과 무기, 탄약 등이 파괴됐으나 민간인 피해는 없다고 전했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IS 소탕작전을 지원하기 위해 이번 폭격이 이뤄졌다”며 “민간인 희생을 피하기 위해 사전에 현지인들에게 폭탄 투하를 예고했다”고 말했다.

폭탄 투하 지역에서 2.4㎞ 떨어진 곳의 주민은 CNN에 “폭발음 때문에 집 유리창이 박살났다. 집 바로 앞에서 폭탄이 터진 것 같았다”고 말했다.

모아브는 도시 5개 블록 정도의 면적을 순식간에 파괴할 수 있다. 길이가 약 9m이고 무게는 10t가량이어서 낙하산을 이용해야 투하할 수 있다. 2002년 이라크전쟁 당시 폭발력 극대화를 위해 지상에 떨어지기 전 공중에서 폭발하는 형태로 개발됐으며 심리전을 위한 무기로도 인식됐다. 당시 미군은 모아브가 엄청난 폭발력으로 이라크군을 공포에 몰아넣어 항복하거나 저항을 포기하도록 유도할 것으로 기대했었다. 모아브는 여러 형태의 군대와 장비, 단단한 지상 벙커, 동굴, 터널 등을 파괴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모아브가 투하된 난가하르주의 IS 근거지는 바위가 많은 산악 지형에 동굴과 방어용 터널이 많다. 이곳은 테러단체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이 2001년 은신하던 아프간 산악지역 토라보라와 가깝다. 깊은 골짜기와 울퉁불퉁한 바위산 등이 천혜의 요새 역할을 하고 있다.

난가하르주의 아친 지역에는 600∼800명의 IS 대원이 머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IS는 2015년 아프간 동부에서 처음 출현해 탈레반 내 불만 세력과 아프간 젊은층을 중심으로 급성장했다.

IS가 아프간에 들어와 난가하르주를 근거지로 선택한 것은 파키스탄 접경지여서 모든 형태의 밀수 루트가 많고 파키스탄으로부터 신병 모집이 용이하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게다가 주변에서 양귀비 재배가 성행해 아편 거래로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아브 투하로 아프간 내 미군의 군사작전이 확대될지 주목된다. 다만 아프간에는 IS뿐 아니라 탈레반 세력도 여전히 막강하기 때문에 전선을 넓히기엔 미국의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아프간 폭탄 투하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예멘 공습, 시리아 공군기지 미사일 포격 이후 세 번째 군사작전이다.

글=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