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절 한반도 긴장 고조] 北, 맞불시위 “美가 선택하면 전쟁”

입력 2017-04-14 18:02 수정 2017-04-15 00:41
미군이 13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난가하르주의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근거지에 투하한 ‘모든 폭탄의 어머니’ GBU-43 폭탄(MOAB). 오른쪽 작은 사진은 2003년 진행된 GBU-43 시험투하 장면. 이번 폭탄 투하는 북한에 대한 무력시위 성격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P뉴시스

한성렬 북한 외무성 부상이 14일 미국의 거듭된 대북 압박에 대해 “미국이 선택한다면 우리는 전쟁에 나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 한반도 배치 등 미국의 군사적 압박이 연일 강도를 높이는 상황에서도 ‘강 대 강’ 맞불을 놓겠다는 경고를 날린 것이다.

한 부상은 미국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만약 미국이 무모한 군사작전을 한다면 우리식 선제타격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우리는 이미 강한 핵 억지력을 갖고 있어 미국의 선제타격에 팔짱을 끼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교부 차관에 해당하는 외무성 부상이 직접 대미 경고를 한 것은 이례적이다.

한 부상은 추가 핵실험도 언제든 감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 최고 지도부가 결심하는 때와 장소에서 핵실험을 할 수 있다”며 “(미국의) 핵 위협과 협박이 군사훈련으로 지속되는 한 핵무기 개발을 비롯한 국방력 증강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국제사회는 북한이 김일성 주석 생일(태양절·15일)과 인민군 창건일(25일) 등에 즈음해 6차 핵실험, 미사일 발사 도발을 강행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는 풍계리 핵실험장이 실험 준비를 마쳤다고 전했다.

한 부상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불신도 강하게 드러냈다. 그는 “문제를 만들고 있는 것은 북한이 아니라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이라며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은 과거 역대 정권과 비교할 때 더 악랄하고 호전적”이라고 비판했다. 한 부상은 트럼프 대통령 발언을 문제 삼으며 한반도의 현재 상황이 “악순환 상태에 있다”고 평가했다.

인민군 총참모부도 대변인 성명에서 “오산과 군산, 평택을 비롯한 미군기지들과 청와대를 포함한 악의 본거지들은 단 몇 분이면 초토화된다”고 위협했다. 이어 “핵 항공모함을 포함한 덩치 큰 목표들이 가까이 접근해올수록 섬멸적 타격 효과는 더욱 더 커지게 된다”고 주장했다. 총참모부 대변인 경고가 지난달 26일 있긴 했지만 성명은 지난해 9월 22일 이후 처음이다. 외교부는 “북한 정권의 호전성과 규범 파괴자로서의 본성을 다시 한 번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