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실험보다… ‘대규모 열병식’ 위력 과시할 듯

입력 2017-04-15 00:00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13일 참석해 직접 준공 테이프를 자른 평양의 호화 신시가지 여명거리 모습. 금수산태양궁전 입구를 중심으로 왕복 8차로 도로변에 70층 아파트와 고층빌딩, 각종 조형물들이 들어서 있다. 김 위원장은 여명거리를 김일성 주석 생일까지 무조건 완공하라고 지시했었다. 노동신문

미국의 전례 없는 압박에도 북한이 맞대결 방침을 강조하면서 한반도 긴장 수위는 여전히 빨간불이다. 북한은 이미 6차 핵실험 준비를 완료했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도 강행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당장 15일 김일성 주석 생일(태양절)이나 인민군 창건일(25일)에 즈음해 축포 성격의 무력시위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지만 북한이 북한 최대 명절인 태양절 당일 핵실험 등 고강도 도발을 한 사례는 없다. 때문에 직접적인 도발보다 대규모 열병식 등을 통한 위력 과시를 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일단은 수위 조절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핵실험 등에 대한 북한의 의지는 흔들림이 없다. 북한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연이은 강경 대응에 맞불을 놓았다. 선제타격론에는 “미국의 독점물이 아니다”고 맞받아쳤고,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의 한반도 유턴에도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는다”고 했다. 14일에는 다시 전쟁도 불사하겠다며 강력한 대미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

북한은 기술적으로는 언제든 핵실험을 할 수 있다는 게 한·미 양국의 공통된 평가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지시만 있다면 곧바로 도발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미국이 어느 때보다 높은 수위로 강한 경고를 보내는 시점에 핵실험을 강행하겠느냐는 회의론로 존재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과거 사례를 감안했을 때 북한은 주요 기념일 5일 전에 ‘축포’를 쏜 경우가 많았다”며 “15일 김일성 생일 당일에 핵실험, ICBM 발사 등 고강도 도발을 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김정은 위원장의 과시적인 성향을 감안하면 북한이 태양절에 맞춰 중·저강도 도발을 선택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외신 취재진이 대거 평양을 방문 중인 상황에서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육상실험, 스커드 미사일 등을 발사하는 방식으로 축포를 대신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일성 생일 또는 인민군 창건일을 즈음해 대규모 열병식을 통해 위세를 과시하거나 신형 ICBM을 등장시킬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역대 최대 규모의 열병식을 위해 평양 미림비행장에 무기와 장비를 집결시켜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북한은 2012년 김일성 생일 당일 신형 ICBM인 ‘KN-08’ 6기를 공개한 바 있다. 이 미사일이 실험을 거치지 않은 모형이라는 주장이 나오기는 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김일성 생일을 넘기더라도 인민군 창건일인 25일까지는 북한 도발에 대한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한편 북한은 14일자 노동신문에서 여명거리와 관련해 “몇 백 발의 핵폭탄을 터뜨린 것보다 더 무서운 뇌성벽력”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신문이 1∼3면을 할애해 여명거리 건설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직접적인 도발보다 체제 건재나 과시에 초점을 맞춘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