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라이프] 알뜰폰 700만 시대, 통신비 살뜰해졌나요
입력 2017-04-17 05:00
정부가 가계통신비를 끌어내리기 위해 시작한 알뜰폰 사업이 가입자 700만명 시대를 맞았다. 도입 6년 만에 점유율 10%대를 유지하며 이동통신 시장에 안착하는 데는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정책 목표였던 가계통신비 인하 수준은 정체 현상을 보이고 있다. 알뜰폰에 대한 소비자 인식도 여전히 기대에 미치지 못해 정책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알뜰폰 정착은 성공했지만
16일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지난해 2월 말 기준 알뜰폰 가입자는 696만여명이다.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 중 11.3%에 해당하는 수치다. 신규 가입 추세를 고려하면 지난달 말에는 700만명을 돌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체 가입자 수만 따져봤을 때 알뜰폰이 기존 이통 3사가 과점하고 있던 이동통신 시장에 뿌리를 내리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알뜰폰 가입자 성장세가 점점 둔화되고 있다. 2015년 30% 수준으로 떨어진 가입자 증가율은 지난해 16%로 급감했다. 이에 따라 애초 정책 목표였던 가계통신비 인하 효과도 줄어들고 있다. 2010년을 기준 100으로 잡은 이동전화료 연도별 소비자물가지수는 2011년 97.0, 2012년 92.3으로 떨어졌지만 이후 답보 상태다.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더 암울하다.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가 지난 2월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한 용역 보고서를 보면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박근혜정부 하에서 가계통신비 인하를 체감하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전체 1000명의 설문조사 대상자 중 38.0%는 “변화를 느끼지 못했다”고 했고 33.3%는 오히려 “이전보다 부담이 증가했다”고 답했다. “부담이 줄었다”고 답한 비율은 6.7%에 불과했다.
알뜰폰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정적 인식도 여전하다.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가 이통 3사 이용자 1000명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알뜰폰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절반을 넘는 응답자(54.4%)는 들어본 적만 있다고 답했다. 잘 알고 있다는 응답은 44.1%에 불과했다. 정부가 가계통신비를 낮추겠다며 제도를 도입했지만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알뜰폰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20.8%가 ‘통화품질 저하’를 꼽았다. 하지만 알뜰폰은 이통 3사의 통신망을 임대해 쓰기 때문에 통화품질에서 차이가 나지 않는다. 서비스 부족(28.1%)과 낮은 브랜드 신뢰도(24.5%), 가입경로 정보 부족(15.6%)이라는 답변도 많았다. 업계 관계자는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막연한 선입견을 가진 사람이 여전히 많다”며 “보다 적극적인 홍보로 인식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알뜰폰 사업자, 사업 시작부터 내리 적자
더 큰 문제는 알뜰폰 사업자들의 수익 구조가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매년 가입자가 늘면서 39개 알뜰폰 사업자의 매출액은 증가하고 있다. 2012년 1178억원이던 매출액은 2013년 2394억원, 2014년 4555억원, 지난해 8582억원으로 급증했다. 그러나 사업비용이 매출액을 웃돌면서 알뜰폰 사업자들은 매년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2012년 563억원이던 영업적자 규모는 2014년 965억원, 지난해 3분기까지 494억원에 달했다. 매출액 대비 영업적자 비중이 점점 감소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매년 적자가 누적되는 상황은 사업자들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알뜰폰 사업자들이 수익률이 낮은 3G 시장에 주력하면서 이런 상황이 발생했다고 분석한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오세정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3G 서비스 시장에서 알뜰폰의 점유율은 44.2%에 달한다.
반면 수익률이 높은 LTE 서비스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3.3%에 불과하다. 수익성 등을 이유로 이통 3사가 떠난 3G 시장을 알뜰폰 사업자가 물려받은 형국이다. 이통 3사와의 경쟁을 통한 가계통신비 인하가 알뜰폰 도입 이유인데, 정작 집중하는 시장이 달라 활발한 경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상황은 정부의 알뜰폰 활성화를 위한 도매대가 인하 정책이 3G 서비스를 중심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알뜰폰 사업자들은 이통 3사의 통신망을 임대하면서 도매대가를 지불한다. 3G 서비스의 경우 알뜰폰 매출 대비 도매대가 비중이 27.7%에 불과하다. 즉 3G 음성요금이 1만800원 나왔다면 알뜰폰 사업자가 도매대가로 지불해야 할 돈은 3000원이 된다.
반면 LTE 서비스에서는 도매대가 비중이 50.0%로 높은 수준이다. 3만원을 벌면 1만5000원을 통신망 임대비로 이통 3사에 지불해야 한다는 말이다. 오 의원은 “LTE 시장의 알뜰폰 도매대가를 인하해 주력 시장에서 경쟁이 활발하게 이뤄지도록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데이터 사용량이 많은 젊은층을 타깃으로 한 LTE 알뜰폰 상품 비중이 점점 늘고 있다”며 “도매대가가 낮아지면 LTE 시장에서 기존 이통 3사와의 경쟁이 가능해져 통신비 인하 효과도 생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