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의 양강 구도를 형성하는 데 성공했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영·호남 이질적 지지층을 모두 끌어안아야 하고, 약세를 보이는 청년층 지지도 올려야 한다. 각종 의혹 제기를 정면 돌파하지 못할 경우 지지층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국민의당 고위 관계자는 14일 “대선이 앞으로 25일밖에 안 남았지만 25개월 같은 시간”이라며 “문 후보와의 일대일 구도를 만든 이후의 본게임에 더욱 당력을 집중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가 5당 대선 후보 확정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탔지만 극복해야 할 위험 요소도 적지 않다는 우려였다.
일단 특정 지역이 아닌 전국의 고른 지지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안 후보는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전국 각 지역 중 대구·경북(TK)에서 가장 강한 지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지난 12일 실시된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지역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김재원 전 자유한국당 의원이 당선됐다. 보수층이 재결집할 경우 안 후보 지지층이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안 후보가 TK 등 보수 성향 지지층을 공고하게 다지기 위해 ‘우클릭 행보’에만 치중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국민의당 지역 기반인 호남 표심과 진보 성향의 중도층이 이탈하는 악영향을 일으킬 수 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안 후보는 보수 표심과 박근혜정부 심판론을 지지하는 중도층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며 “이 문제를 극복하려면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세련된 선거운동을 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 후보는 지지세가 약한 20∼40대 표심을 되찾아오는 노력도 필요하다. 안 후보와 문 후보의 지지층이 결집하고 있는 상황에서 문 후보를 지지하는 청년층 표심을 일부 빼앗아야 승리를 거머쥘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안 후보는 최근 “잘나가던 청년 멘토 출신”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청년층과의 스킨십을 늘리고 있다.
문 후보 측이 쏟아내는 의혹 제기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은 연일 안 후보 부인 김미경 교수의 서울대 채용 의혹 등을 부각시키고 있다. 게다가 보수 진영 후보들도 보수층 표심을 되찾기 위해 안 후보에 대한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다. 문 후보와 보수 후보들의 협공을 받고 있는 형세다.
각종 의혹에 어설프게 대응하거나 ‘말실수’ 등으로 논란을 자초할 경우 만회하기 힘든 위기를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안 후보 지지율은 국민의당 지지율을 크게 넘어서고 있고, 이는 그만큼 다른 곳으로 쉽게 옮겨갈 수 있는 불안한 지지층이라는 의미도 있다. 권순정 리얼미터 조사분석실장은 “안 후보 지지층 중 40∼45%는 비(非)국민의당 지지층으로 분석된다”며 “비교적 약한 응집력을 보이는 안 후보 지지층이 거센 네거티브 공세에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글=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안철수 ‘세 고개’ 넘어야 청와대 간다
입력 2017-04-15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