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 사는 김모(81)씨는 지난달 말 2년간 사용해 온 알뜰폰을 해지하려 했다가 요금폭탄을 맞았다. 분명히 약정기간인 24개월을 모두 채웠다고 생각했는데, 단말기 할부금 8만원과 위약금 3만원 등 총 16만원을 내라는 통보를 받았다.
김씨는 SK텔레콤의 알뜰폰 자회사 SK텔링크에 직접 확인전화를 했다. 홈쇼핑을 통해 상품을 구입한 터라 전화로 가입할 당시 녹취를 확인해봤다. 24개월짜리 약정요금제에 가입했다는 김씨의 기억은 맞았다. 하지만 판매 상담원은 36개월짜리 단말기 할부약정을 따로 고지하고 있었다. 2년짜리 요금제에 가입시켜 놓고 단말기 할부약정을 핑계로 요금제 가입을 3년으로 연장시키려는 꼼수였다. 김씨는 16일 “나 같은 노인들이 전화로 빠르게 불러주는 내용만 듣고 어떻게 요금제 약정과 단말기 할부약정을 구분할 수 있겠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동통신 가입자 10명 중 1명이 알뜰폰을 사용할 정도로 시장이 커지면서 피해를 보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특히 불완전판매로 인한 피해는 김씨처럼 복잡한 약정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고령층에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10월 낸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1월부터 2016년 7월까지 접수된 알뜰폰 서비스 관련 피해구제 사례 559건 중 264건(47.2%)이 60대 이상 고령 소비자가 피해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무료기기 제공 약정이나 위약금·지원금 지급 약정을 이행하지 않는 등 부당판매행위가 70.1%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특히 매장을 방문해 상담원으로부터 설명을 들었을 때보다 전화로 가입한 경우에 피해가 더 잦았다. 소비자원에 접수된 피해의 절반 이상(53.4%)이 전화권유판매에서 나왔다.
미래창조과학부는 2014년 11월 ‘알뜰폰 이용자 보호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불법 전화권유판매를 금지하고 알뜰폰 사업자가 가입자를 유치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각 단계에서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해 지켜야 할 사항을 담았다.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이하 협회)는 가이드라인을 각 사업자에게 고지하고 있다.
그러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협회는 각 사업자에게 조사설문지를 송부한 뒤 사업자 답변을 받고 가이드라인 이행 여부를 판단하는 수동적 모니터링을 진행해 왔다. 최근에야 소비자원 권고에 따라 내부적으로 별도 모니터링 요원을 두고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이마저도 사업자들의 자율적 모니터링에 불과하다. 소비자원은 “가이드라인 운영의 실효성 제고를 위해 정책적 지원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현수 기자
[And 라이프] 알뜰폰 피해 절반 60대 이상 고령자
입력 2017-04-17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