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주재 러시아대사가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 중 기본적인 외교 매너를 거스르는 폭언을 퍼부어 논란이 일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사프론코프 유엔 주재 러시아 차석대사는 전날 열린 안보리 회의에서 시리아 화학무기 공격 규탄 결의안을 논의하던 중 영국이 분쟁을 끝내려는 자국의 노력을 막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사프론코프 대사는 ‘크렘린(러시아 대통령궁)이 야만적인 시리아 정부를 지원하고 있다’고 발언한 매슈 라이크로프트 유엔 주재 영국대사를 향해 삿대질을 하면서 “날 봐라! 내 눈을 피하지 마라! 왜 다른 곳을 쳐다보느냐”고 막말을 뱉었다. 이어 “다시는 감히 러시아를 모욕하지 말라”고 공격했다.
그의 감정적 언행에 러시아 언론까지 우려를 내비쳤다. 모스크바타임스는 “이례적으로 ‘너(ты)’라는 비외교적 언어를 사용했다”며 “이 단어는 친구나 어린아이에게 하는 말로 공식 연설에선 절대 쓰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당시 안보리는 지난 4일 발생한 시리아의 화학무기 공격에 대해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으나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통과가 저지됐다. 사프론코프 대사는 지난 2월 심장마비로 급사한 고(故) 비탈리 추르킨 전 유엔 주재 러시아대사를 대신해 참석했다.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함께 화학무기금지기구(OPCW)의 진상조사를 적극 지원키로 의견을 모았다. OPCW는 시리아 북부 이들리브주에서 정부군에 의해 자행된 것으로 알려진 화학무기 공습에 대해 “신빙성이 있다”고 잠정 결론을 내린 상태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유엔주재 러 차석대사, 英 대사에게 “너” 폭언 물의
입력 2017-04-15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