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돗개를 숭배하는 사이비 종교집단이 세 살짜리 아이를 때려 숨지게 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사이비 집단에 소속된 아이 엄마는 학대를 방관하고 시신 유기까지 도왔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지난 2014년 세 살배기 A군을 나무주걱으로 때려 숨지게 한 혐의(폭행치사 등)로 사이비 종교집단의 실질적 운영자 B씨(53·여)를 구속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14일 밝혔다.
B씨와 함께 아이 시신을 유기하고 다시 이를 파내 화장한 혐의(사체유기 등)로 친어머니 최모(41)씨와 종교집단의 임원인 C씨(55) 부부도 구속됐다. 시신 유기를 도운 D씨(71·여)는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서울 강서구의 한 빌라에서 진돗개를 키우며 집단생활을 하던 사이비 종교집단인 것으로 밝혀졌다. 진돗개를 영물로 취급한 이들은 진돗개가 누군가를 향해 짖으면 그 사람에게 악귀가 씐 것이라 믿었다.
2014년 7월 7일 이들은 A군에게서 악귀를 떼어내겠다며 나무주걱으로 때렸다. B씨는 아이가 고집이 센 게 “귀신이 들렸기 때문”이라며 팔·다리와 입술 등을 무자비하게 때렸다. 입술이 터져 피를 흘리다 쓰러진 아이는 축 늘어져 숨을 쉬지 않았다. 누구도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 A군은 결국 숨졌다.
B씨는 이날 저녁 A군의 시신을 나무상자에 담아 종교집단의 다른 근거지가 있던 전북 전주의 야산으로 향했다. 아이 엄마인 최씨도 B씨와 함께 아들의 시신을 묻었다. 멧돼지가 구덩이를 파낼 것이 걱정된 이들은 3일 만에 다시 시신을 꺼내 화장했다. 아이 유골은 전북 임실군 강변에 뿌렸다.
아이가 숨진 지 한 달 만인 2014년 8월, 최씨는 “경기도 부천에서 아들을 잃어버렸다”고 거짓 실종신고를 했다. 경찰은 최씨가 정확한 실종 장소 등에 대해 얼버무리며 수사에 비협조적으로 임하자 입양이나 사고사 등 여러 가능성을 두고 수사를 벌였다. 하지만 A군의 행방은 밝혀지지 않았다.
장기 실종아동 사건으로 묻힐 뻔했던 A군의 죽음은 3년 만에 밝혀졌다. 경찰이 미취학 실종아동에 대한 집중 소재수사를 실시한 게 계기가 됐다. 2010년생인 A군은 살아 있었다면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나이였다.
경찰은 이달 초 해당 종교집단에서 주방 일을 했던 D씨로부터 범행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B씨와 최씨 등을 검거했다. 최씨는 경찰에 붙잡힌 이후에야 “아들을 숨지게 한 B씨가 밉다. 후회스럽다”고 말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조사결과 A군은 사망하기 전에도 여러 차례 학대를 당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B씨 등은 “A군이 숨지기 하루 전날에도 바지에 오줌을 쌌다는 이유로 혼을 냈다”고 진술했다.
A군의 누나도 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학대를 당했던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아들이 사망한 뒤 최씨는 이혼해 따로 살고 있던 남편에게 딸을 보냈다. 최씨의 딸은 현재 정상적으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임주언 기자 eon@kmib.co.kr, 삽화=전진이 기자
‘귀신 들렸다’며 세 살배기 살해… 끔찍한 사교 집단
입력 2017-04-15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