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구속 수감된 이후 처음 이틀 동안 수용거실(감방)이 아닌 교도관 사무실에 머물렀던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서울구치소는 감방 수용 준비 부족으로 박 전 대통령이 부득이 잠시 사무실에 머물렀을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박 전 대통령 측이 감방 도배 등 내부 수리를 요구하며 입감을 거부, 구치소 측이 이를 수용해 특혜를 제공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서울구치소는 지난달 31일 새벽 구속영장이 발부된 박 전 대통령에게 12.01㎡(3.2평) 규모의 독거실(독방)을 배정했다. 영장 발부 직후 서울구치소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경호·경비 규정 등을 고려, 타 수용자와 접촉을 차단하기 위한 감방 조정 및 차단벽 설치 작업에 곧바로 착수했다. 독방을 준비하는 데 이틀이 걸렸고, 이 기간에 박 전 대통령은 감방이 아닌 여자수용사동 사무실에 머물렀다. 구치소 측은 박 전 대통령을 위해 간이침대 등을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구치소가 사전에 박 전 대통령이 머물 독방을 준비하지 못하고 체포영장이 발부된 뒤 부랴부랴 정비 작업에 나선 것은 나름의 사정이 있다. 당시 박 전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 여부가 정해지지 않았고, 어느 구치소에 수용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사전에 감방 준비 작업에 나설 수 없었다.
서울구치소는 “박 전 대통령이 수용 당시 (감방) 입실을 거부하거나 감방 내 도배를 요청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나머지 의혹도 일축했다. 박 전 대통령이 수용된 감방은 2013년 이후 도배 등을 한 적이 없어 구치소 자체 판단으로 도배를 포함한 정비 작업을 했다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이 생활하는 방은 서울구치소 측이 통상 6∼7명의 수용자가 함께 쓰는 혼거실을 독방으로 개조해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 수용자의 독방 넓이(6.56㎡·약 1.9평)보다 배가 넓다.
감방 정비기간에 박 전 대통령을 남은 독방이나 혼거실에 수용하지 않은 것 역시 특혜라는 지적도 있다. 서울구치소 측은 “경호나 경비 차원에서 다른 수용자와 분리 수용 등을 고려해 사무실 수용을 선택했다”고 덧붙였다.
서울구치소에는 박 전 대통령 외에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 당사자 중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이 수감돼 있다. 이들은 모두 일반 독방에 수감돼 재판 준비나 독서, 운동 등 정해진 일과를 다른 수용자들과 똑같이 따르고 있다.
구치소 생활을 시작한 이후 다소 수척해진 이 부회장은 재판 준비에 전념하며 비교적 잘 적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 전 장관의 경우 독방에서 생쥐가 나와 놀랐다거나 곡기를 거의 끊고 귤에만 의존해 생활하고 있다는 등의 풍문이 돌았다. 서울구치소 관계자는 “조 전 장관 감방에서 쥐가 나왔다는 얘기는 처음 들어본다”며 “조 전 장관이 귤로만 연명한다는 이야기도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글=노용택 기자 nyt@kmib.co.kr, 삽화=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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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4-15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