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한교연 통합, 막판 걸림돌은 ‘류광수 문제’

입력 2017-04-14 00:03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이 12일 “가능하면 대선 전까지 기구통합을 하겠다”고 발표함으로써 한국교회의 하나 됨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통합이 최종 성사되면 2011년 한기총 금권선거로 분열된 후 6년 만이다.

이단 막기 위한 3중 안전장치

양 기관 대표회장은 이날 한국교회 통합을 위해 몇 가지 원칙을 발표했다. 핵심은 이단성 시비가 있는 교단을 걸러내는 안전장치다.

양 기구는 이단성이 있는 교단의 활동을 걸러내기 위해 ‘양 기관에서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교단 및 단체를 인정한다’ ‘심의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교단 및 단체는 심의하여 받아들인다’는 단서조항에 합의했다. 회원교단 재심의까지 명시함으로써 다시는 한국교회 연합기구 안에서 이단문제가 불거지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확실히 걸어놓은 것이다.

또 한교연이 요구한 대로 2011년 건전 교단이 중심이 됐던 ‘한기총 7·7정관’을 채택함으로써 안전장치를 추가했다. 통합의 세부사항을 양 기구의 기본정서를 충실히 대변하며 정통신학을 추구하는 고시영(한교연) 엄기호(한기총) 목사에게 맡김으로써 3중 안전장치가 완성됐다.

한기총은 이미 7·7정관을 회복하면서 공동 상임대표회장 시스템을 갖춰 놔 금권선거의 가능성을 원천봉쇄했다. 한국교회총연합회 실무를 맡았던 한 관계자는 “‘한기총 정상화를 위한 대책위원회’를 모태로 설립된 한교연 입장에서 볼 때 지금이야 말로 ‘한기총 정상화’와 ‘개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평가했다.

류광수(다락방) 회원권 문제 해석상 차이

한교연은 3중 안전장치에 더해 주요 교단에서 이단으로 지목된 ‘류광수씨(다락방)’ 문제 해결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양측은 ‘류OO(다락방)에 대한 한기총의 회원권 문제는 통합 선언에 앞서 한기총 내에서 선 해결한다’는 합의문을 작성했다.

그러나 한교연은 한기총이 이 문구를 어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서영 한교연 대표회장은 “좋은 의미로 통합 추진을 선포했지만 한기총이 류씨 건을 분명하게 처리하지 않아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라며 “다락방 문제해결을 전제로 합의서를 작성했기 때문에 한기총이 이를 먼저 풀어야한다. 우리에게도 통합의 명분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영훈 한기총 대표회장은 “한교연이 요구한 것은 류씨 개인의 회원권 제한으로 이미 한기총에서 적용되고 있다”면서 “그런데 한교연에선 개인이 아닌 교단의 문제로 확대해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류씨는 지난 1월 한기총에 자신이 이끌고 있는 세계복음화전도협회의 탈퇴서를 제출한 바 있다. 11일에는 “한국교회가 하나 됨을 지지하고 이를 위해 연합단체나 교단에서 활동을 자제 하겠다”는 문서를 한기총에 발송했다.

전명구 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장은 “한국교회가 하나 되려면 ‘선(先)통합 후조치’가 맞다”면서 “일일이 조건을 내세우다보면 또다시 갈라진다. 성도들이 눈을 부릅뜨고 양 기구 통합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고 말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