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위 지지율 격차 5%P… 佛대선 초박빙 ‘4파전’
입력 2017-04-14 05:02
1차 투표(4월 23일)가 아흐레 앞으로 다가온 프랑스 대선이 백중지세의 4파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과반 득표자가 없어 다음 달 7일 예정된 결선투표가 치러질 게 확실시되는 가운데 1∼4위의 지지율 격차는 불과 5% 포인트 안팎이어서 결선 진출자를 예측하기조차 힘든 상황이다.
12일(현지시간) 프랑스 여론조사기관 IFOP와 피뒤시알의 1차 투표 지지율 조사 결과 마린 르펜(49) 국민전선(FN) 대표가 지지율 23.5%로 중도신당 앙마르슈 소속의 에마뉘엘 마크롱(40) 전 경제장관(22.5%)에 불과 1% 포인트 앞선 불안한 1위 자리를 지켰다. 4위 장뤼크 멜랑숑(66) 좌파당 대표는 18.5%를 기록, 3위 공화당 후보 프랑수아 피용(63) 전 총리(19.0%)와 오차범위 내 접전을 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권 사회당의 브누아 아몽(50) 전 교육장관은 8.5%로 주저앉았다.
‘극우’ 르펜과 ‘극좌’ 멜랑숑, 중도파 마크롱의 선전과 양대 정당 사회당, 공화당의 부진은 기성 정치권을 향한 불신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40%로 추산되는 부동층을 흡수하는 후보가 결선에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적극 투표층에 있어서도 르펜과 멜랑숑의 지지자는 각각 84%와 80%가 반드시 투표하겠다고 응답한 반면 마크롱과 피용, 아몽 지지자의 경우 같은 응답은 각각 65%, 66%, 55%에 불과했다.
두 차례 TV토론에서 선전을 펼친 멜랑숑은 한 달 새 지지율을 7% 포인트 끌어올리며 막판 스퍼트에 나섰다. 멜랑숑은 무상의료, 월 소득 3만3000유로(약 3980만원) 이상 고소득자에 세율 100% 부과, 유럽연합(EU) 조약 재협상 등 급진적인 정책으로 사회당의 실정에 실망한 유권자의 표심을 공략하고 있다.
르펜 역시 막판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전날 르펜은 ‘10대 공약’을 발표하면서 집권 시 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기존 공약을 확인하는 한편 솅겐조약(EU 회원국이 국경에서의 검문·검색과 여권 검사를 면제키로 한 조약)을 탈퇴하고 이슬람 극단주의 명단에 이름을 올린 외국인을 추방하겠다고 공약했다.
그간 르펜을 비판했을 뿐 좀처럼 입을 열지 않은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예상치 못한 멜랑숑의 선전에 견제에 나섰다. 올랑드는 주간지 르푸앵과의 인터뷰에서 “멜랑숑은 감정을 앞세운 ‘나쁜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며 “멜랑숑의 방식은 왜곡과 단순화의 위험이 있다”고 비판했다. 또 멜랑숑의 정책을 일컬어 “현실적인 기반이 없다”며 “프랑스인의 지성을 믿는다”고 덧붙였다.
이번 선거가 극우·극좌 포퓰리스트의 선전장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르펜과 멜랑숑은 방향성만 다를 뿐 공통적으로 EU와 자유무역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르펜과 멜랑숑이 결선투표에서 맞붙는 것은 유럽의 악몽”이라며 “프랑스에 반(反)유럽주의의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글=신훈 기자 zorba@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