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열린 5당 대선 후보 간 첫 합동 TV토론회는 형식면에서 기존 토론회와 차별화를 시도했다. 원고 없이 사회자 개입을 최소화한 스탠딩 방식의 토론으로 유권자가 후보들의 역량을 보다 생생히 확인할 수 있었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프레젠테이션(PT) 방식을 차용한 스탠딩 토론이었다. 후보들은 자기 순서에 앞으로 나와 간단한 정책 발표를 하고, 경쟁 후보들과 상호토론을 벌였다. 원고 없이 즉석 토론이 이뤄져 순발력과 대응 역량이 드러났다. 후보 간 자유로운 논쟁도 이어졌다. 시간총량제인 만큼 각자 공수에 시간을 적절히 배분해야 했다.
주도권 토론에서 의무적으로 질문을 던져야 하는 사람 수를 3명으로 제한한 것도 처음이었다. 더불어민주당 경선 토론회 등에서는 군소 후보 소외를 막기 위해 무조건 모두에게 질문하도록 강제됐었다. 이번에는 주도권 토론자가 한 명에게는 질문을 아예 안 던지고 다른 후보에 집중할 수 있었다. 실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당 후보가 자신을 제외한 3명에게만 질문을 던지자 “저한테 질문을 안 하는 걸 보니 겁나긴 하는 모양”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주최 측은 “오늘 토론회 형식에 관해 특별한 불만은 없었다”고 했다. 향후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토론회에서도 이런 시간총량제 자유토론 및 스탠딩 토론, 기조연설 생략 방식이 적용된다.
후보들은 토론회를 마친 뒤 각자 ‘내가 잘했다’고 자평했다. 문 후보는 “오늘 토론 잘했다고 생각한다. 만족한다”고 밝혔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앞으로 이런 기회를 가능한 한 많이 가지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라며 추가 토론회 필요성을 언급했다. 홍 후보는 “할 말을 하고 왔다. 오늘 나는 세탁기에 들어갔다 나왔으니 다음에 누가 들어갈지 보라”고 자신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시간을 타이트하게 신경 써야 하는 토론보다 조금 자유로워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심 후보 측도 “시간 부족으로 더 많은 것을 보여주지 못한 점은 아쉽다”고 평가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5당 후보 첫 TV 토론회] 원고 없이 사회자의 개입은 최소화… 상호토론 통해 순발력·대응 능력 보여줬다
입력 2017-04-13 2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