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3주기] 이 시대 상징 자리매김한 ‘노란 리본’

입력 2017-04-14 05:02

12일 서울 성동구 왕십리역 앞에서 만난 서모(14)군은 책가방에 노란 리본을 달고 있었다. 세월호 참사 3주기에 맞춰 학교 학생회에서 나눠준 리본이었다. 참사 당시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서군은 지난해 이 리본을 통해 세월호 참사를 배웠다. 학교에서 세월호 2주기를 맞아 추모의 의미로 리본을 나눠주며 사건을 설명해 줬다.

올해 서군은 다시 리본을 달았다. 이번에는 항의의 표시다. 서군은 “정부가 세월호에 대해 보였던 답답한 태도를 생각하면 앞으로도 계속 리본을 달고 다니고 싶다”며 “잘못된 어른 사회를 향한 일종의 항의 표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3년, 작게 말린 노란 리본은 이 시대를 나타내는 상징이 되었다. 추모의 의미로 달기 시작한 리본에 다양한 사회적 의미도 더해졌다.

직장인 박모(31)씨에게 노란 리본은 공감의 의미다. 얼굴도 한번 못 봤던 사람들의 무사귀환을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리본을 달았다. 김모(15·여)양은 노란 리본을 책임이라는 이름으로 간직하고 있었다. 김양은 “잊지 말아야 할 책임, 분석하고 기록해야 할 책임”으로 노란 리본을 옷에 맸다.

못마땅한 시선도 있다. 67세의 A씨는 가방에 노란 리본을 단 중학생들을 나무라며 “노란 리본은 정치적 목적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란 리본을 상품화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최근 한 온라인 쇼핑몰은 노란 리본이 수놓인 운동화를 판매했다가 지탄을 받았다. 논란이 커지자 해당 업체는 사과문을 게재하고 “저희는 세월호 인양으로 고조된 관심에 편승해 장사하려는 나쁜 사람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4·16가족협의회 회계담당자는 “노란 리본을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는 제보가 들어올 경우 확인 작업을 거치고 있다”고 말했다.

노란 리본이 확산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부 상품화 움직임에 대해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비꼰다거나 조롱하는 의미가 아니라면 (상업적이라도) 이런 상징이 국민들에게 다가설 수 있도록 만드는 시도는 바람직하다”고 봤다. 반면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상업화되면 그만큼 확산되는 효과도 있지만 동시에 추모나 공감 등 본래의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노란 리본은 애초 미국에서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의미로 만들어졌다. 세월호 참사 이후 3년간 노란 리본이 한국 사회에서 추모와 기억, 저항으로 의미를 확장했듯이 앞으로도 계속 새로운 메시지를 담아갈 것으로 보인다. 구 교수는 “안전, 책임 있는 리더, 전반적인 개혁을 요구하는 의미를 담아온 노란 리본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지금도 계속 변화하고 있다”며 “새로운 사회를 바라는 사람들의 마음을 묶는 하나의 상징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임주언 이가현 이택현 이현우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