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당 후보 첫 TV 토론회] 서로 물고 물리는 ‘먹이사슬’… 날카로운 신경전

입력 2017-04-13 18:46 수정 2017-04-13 21:25
자유한국당 홍준표, 국민의당 안철수, 바른정당 유승민, 정의당 심상정,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왼쪽부터)가 13일 서울 마포구 SBS 프리즘타워에서 열린 대선 후보 토론회 준비를 위해 좌석에 앉아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5당 대선 후보들은 13일 서울 마포구 SBS공개홀에서 열린 첫 합동 TV토론회에서 사안마다 서로 물고 물리는 ‘먹이사슬’ 관계를 형성하며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였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세탁기 논쟁’을 벌이며 범보수 진영 대표주자 자리를 놓고 맞붙었다. 유 후보는 “홍 후보가 한국을 세탁기에 넣고 돌린다고 했는데 많은 국민은 형사피고인인 홍 후보도 세탁기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홍 후보가 대선에 출마할 자격이 없음을 지적한 것이다. 홍 후보는 “세탁기에 들어갔다 나왔다. 판결문을 보라”고 응수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고장난 세탁기 아니냐”며 유 후보와 협공을 펴자 홍 후보는 “삼성 세탁기”라고 했다. 그러면서 홍 후보는 “주적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아니냐. 문 후보를 공격하라”고 화살을 돌렸다.

두 사람은 서로를 ‘강남좌파’ ‘극우수구’로 호칭하기도 했다. 홍 후보는 “유 후보는 우파 경제정책을 하다 강남좌파로 돌아서 정책적 배신을 했다”며 “박근혜 대표 비서실장이었으면서 탄핵해 인간적 배신을 했고, 바른정당을 창당하면서 정치적 배신을 했다”고 말했다. 유 후보는 “홍 후보가 극우수구라는 주장에 동의 안 하는 것처럼 저도 강남좌파라는 의견에 전혀 동의 안 한다”고 말했다.

홍 후보와 문 후보는 북핵 문제 등 안보위기 책임론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홍 후보가 “지금의 안보위기는 김대중·노무현정부 10년간 북한에 수십억 달러를 퍼준 게 핵 개발로 돌아온 것”이라고 하자, 문 후보는 “이명박·박근혜정부 10년간 북핵 위협 해결을 위해 한 게 뭐가 있느냐”고 반박했다. 문 후보는 또 홍 후보의 ‘주적론’에 대해 “제가 왜 주적이냐”고 쏘아붙였다. 홍 후보는 “친북좌파라서 그렇다”고 답했다.

문 후보와 심 후보는 ‘노동시간 단축’ 해법을 놓고 대립했다. 문 후보는 “연장근로를 줄였을 때 줄어드는 임금을 보전할 대책이 있느냐”고 공격했다. 반면 심 후보는 문 후보의 ‘법정근로시간’ 개념을 비판했다. 심 후보는 “법정근로시간은 40시간인데 민주당은 연장근로를 포함해 법정근로시간이 52시간이라고 한다”며 “노동시간 단축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문 후보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게도 “예전 민주당 대표를 할 때 당 강령에서 5·18정신과 6·15선언을 삭제하라고 한 적 있지 않으냐”고 공격했다. 안 후보는 “실무선의 논의 과정에서 잘못된 발언이 나온 것”이라며 “잘못 알려진 흑색선전”이라고 반박했다. 반면 안 후보는 자신의 핵심 콘텐츠인 과학기술 정책으로 문 후보를 몰아세웠다. 안 후보는 “차기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에서 선택과 집중을 하라는 의견과 여러 시도를 다양하게 하자는 의견 중 어느 쪽에 동의하느냐”고 물었다. 문 후보가 “단기 실적에 급급하지 말고 기다려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답하자, 안 후보는 “정책적으로 어떻게 하는 게 기다리는 거냐”며 날을 세웠다.

심 후보는 안 후보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와 관련해 말 바꾸기를 했다고 공격했다. 심 후보는 “사드를 반대하던 분이 갑자기 입장을 바꿔서 굉장히 충격받았다”며 “정치적 상황의 유불리에 따라 입장이 바뀌는 일관성 없는 시각을 갖고 이 위기를 구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안 후보는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욕먹지 않는 것은 쉬운 일”이라며 “국익을 최우선에 두고 최적의 대응을 하는 게 국가 지도자의 자질”이라고 반박했다.

백상진 권지혜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