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북 군사 압박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특수부대 훈련을 참관했다고 북한 관영 매체들이 13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외신기자를 대거 불러들인 평양 여명거리 준공식에도 ‘깜짝’ 등장해 건재함을 과시했다.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특수작전부대 강하 및 대상물 타격 경기대회’를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특수부대 훈련 참관 일시는 12일로 추정된다. 이들 매체는 “이번 경기대회가 경수송기 부대들의 협동지휘 실현, 적 후방 침투, 대상물 타격, 실탄사격, 직승기(헬기) 편대의 타격능력 확정에 목적을 뒀다”고 전했다. 훈련에 참가한 육·해·공군 각 부대가 수송기에서 강하하는 사진, 이동하며 실탄 사격을 하는 사진 등이 노동신문에 실렸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온 남녘땅을 거머쥐고 적들의 급소마다 번개처럼 비수를 들이박을 수 있는 진짜배기 싸움꾼들”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이번 특수부대 훈련은 오사마 빈라덴 사살 작전을 벌였던 미국 해군 네이비실6팀(데브그루)의 한·미 연합훈련 참가 및 항공모함 칼빈슨호 배치 등에 대한 맞대응 성격으로 보인다. 노동신문은 “침략자들에게 진짜 총대 맛, 진짜 전쟁 맛을 똑똑히 보여주고야 말 백두산 혁명강군의 무적필승 전투적 위력을 다시금 보여줬다”고 위협했다. 북한 외무성 산하 군축평화연구소도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이 조선반도에 핵전략자산을 끌어들여 정세를 핵전쟁 접경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13일엔 김일성 주석 생일(15일·태양절) 105주년을 앞두고 건설을 지시한 여명거리 준공식에도 참석해 ‘테이프 커팅’을 했다. 특히 김 위원장이 NHK, CNN 등 외신기자들에게 자신의 근거리 촬영을 허용한 것은 이례적이다. 앞서 북한은 평양을 방문한 외신기자들에게 ‘빅 이벤트’를 볼 준비를 하라고 통보했다. 북한이 관영 매체와 외신을 동원해 미국의 압박에도 ‘끄떡없다’는 점을 과시한 것으로 보인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김 위원장이 특수부대 훈련을 참관하고 여명거리 준공식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군사·경제적으로 별다른 타격이 없음을 선전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연일 계속되는 미국의 압박에 현재까지는 우회적인 대응에 그치고 있지만 조만간 핵실험 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도발을 강행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국회에 출석해 “(북한의) 핵실험은 언제든 지금 당장이라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美 압박에도… 北 “진짜 전쟁 맛 보여주겠다” 뻗대기
입력 2017-04-13 18:06 수정 2017-04-14 00: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