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러에서 반러·친나토로… 하룻밤 새 달라진 트럼프

입력 2017-04-14 00:0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12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 악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나토 회원국 28개국 중 23개국이 국내총생산(GDP)의 2%를 분담금으로 내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고 날을 세웠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하룻밤 사이 주요 외교, 경제 정책을 180도 뒤집었다. 대선 기간 중 우려를 낳았던 극단적 정책을 현실에 맞게 중화시켰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특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러시아, 중국과의 관계에서 놀랄 만한 변화가 감지됐다.

미 CNN방송은 1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회동한 뒤 나토에 대한 입장을 완전히 바꿨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기자회견에서 “그간 나토가 쓸모없다고 말했는데 더는 그렇지 않다”며 “나토는 변했고 테러리즘과 맞서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와 중국을 대하는 입장도 달라졌다. 대선 전 미·러 관계에 훈풍이 불 것이란 예측이 많았지만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러시아와 전혀 잘 지내고 있지 않다. 대러 관계는 최악의 시기”라고 평가했다.

또 시리아에서 벌어진 화학무기 공격을 조사하기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표결에서 중국이 러시아 편을 들지 않고 기권한 점을 예로 들면서 “중국은 훌륭했다”고 칭찬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선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수차례 미국의 무역적자 주범으로 중국을 지목했던 것과 상반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행정부 편에 서 있다며 비판했던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에게도 긍정적 사인을 보냈다. 그는 “옐런을 존중한다”며 “임기 후 교체하겠다고 했지만 그건 너무 이르다”고 임기 연장 가능성까지 열어뒀다. 또 대선 기간 중 수출입은행을 없애겠다고 공언했던 말을 번복하며 “수출입은행 이사회 공석 3자리 중 2자리를 채워주겠다”고 말했다.

파격적인 정책 유턴에 미국 사회의 혼란이 가중된 모습이다. CNN방송은 “갑작스러운 정책 반전이 새 전망과 글로벌 지형 변화의 산물인지는 분명치 않다. 다만 대선 구호와 백악관 사무실(현실정치)의 기류가 다르다는 것은 이전 대통령들도 모두 느껴온 것”이라고 진단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백악관 내 암투에서 월스트리트 출신의 온건 금융전문가 진영이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를 중심으로 한 강경 보수 포퓰리스트파를 누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