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동시 압박… 北 ‘도박’ 멈출까

입력 2017-04-13 17:48 수정 2017-04-13 21:1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과 공동 기자회견을 하던 중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13일 평양 여명거리 준공식에 참석한 모습. 여명거리는 북한이 대북 제재의 효과를 반박하기 위해 평양에 조성한 화려한 신시가지다. AP뉴시스

북한의 6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우려가 고조되면서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미국과 중국의 공조가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은 특히 중국을 움직이기 위해 ‘환율조작국 지정 배제’라는 특단의 당근책을 제시했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미국 측에 대북 제재를 더 강화할 뜻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조를 얻기 어려워진다”며 “중국이 북한 문제를 해결하면 대중 무역 적자를 감당할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환율 문제로 미국이 손해를 보더라도 북한 문제만큼은 꼭 해결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시 주석과의 통화에서 “김정은에게 미국이 항공모함뿐 아니라 핵잠수함도 갖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라고 말했다”고 소개한 뒤 “항공모함의 한반도 배치는 북한의 추가 도발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7일 정상회담 때 시 주석이 10분간 북한과 중국 역사를 설명하는 것을 듣고 중국도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쉽지 않겠다고 느꼈다”면서도 “그러나 중국은 우리를 도울 것이고, 이미 북한 석탄 선박을 돌려보내는 등 긍정적 신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북한 문제를 거론했다. 그는 “중국이 돕지 않으면 독자행동을 하겠다고 했는데, 그건 중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과 함께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는 선제타격 등 미국의 일방적인 군사행동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로 해석됐다.

시 주석은 정상회담 때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북 제재 강화를 검토할 수 있다는 의향을 전달했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대북 제재가 효과가 없어 압력을 강화할 것을 요청하자 시 주석은 “모든 정세를 지켜보고 진지하게 생각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이 이런 방침을 밝히고 환율조작국 지정 배제 ‘선물’까지 받은 만큼 중국도 조만간 추가적인 대북 압박책을 내놓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특히 미·중 정상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실험을 하거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를 강행할 경우 고강도 제재안을 꺼내들 가능성도 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가 13일자 사설에서 ‘북한은 핵을 포기하고 개방의 길을 걸어야 한다’고 주문한 것도 중국의 달라진 기류를 반영한다. 환구시보는 특히 “북한이 또다시 핵·미사일 실험을 하면 미국의 무력대응 가능성이 극도로 높아지고 북한 정권의 생존도 문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현 북한 상황과 관련해 도발하면 누구든 이에 대한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발 가능성이 있는 북한과 선제공격설이 나오는 미국을 동시에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문제는 미·중의 이런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통제불능의 김정은 정권이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을지 여부다. 특히 북한은 6차 핵실험 준비를 완료한 것으로 전해져 도발이 현실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는 12일 촬영한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북한이 핵실험 의향이 있고 준비도 마친(Primed and Ready) 상태로 보인다고 밝혔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