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개발보다 ‘주거 복지’… 집값 변동 적을 듯

입력 2017-04-14 05:00



주요 대선 주자들이 규제 위주의 부동산 정책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택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개발사업 등을 통해 부동산 시장의 덩치를 키우는 대신 서민주거 안정 등 주거복지 강화에 방점을 둔 공약이 확정되면 시장에도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만 굵직한 개발 호재가 사라져 집값 변동은 미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3일 부동산114와 각 대선 캠프에 따르면 후보들은 일부 부동산 규제 정책에 대해 비슷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국민의당 안철수, 자유한국당 홍준표, 바른정당 유승민,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문 후보와 심 후보는 세입자들을 위해 전월세 상한제(전월세 인상률을 일정수준 이하로 제한하는 제도)와 계약갱신청구권(임대차 계약 만료 후 임차인이 전세계약 갱신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 도입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부동산 보유세를 놓고도 일부 후보들의 의견이 겹친다. 문 후보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비중을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0.79%에서 1.0% 수준까지 올리고 늘어난 세수로 공공주택 10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유 후보도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 인상과 소득세·재산세 동시 인상 등을 검토하고 있다. 심 후보의 경우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을 2배로 높이는 부동산 정책을 당론으로 공개했다.

올린 세금은 청년층을 겨냥한 주거복지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는 청년 공공임대주택을 연간 5만 가구씩 늘리는 내용의 ‘청년 주거정책’을 내놨다. 문 후보의 경우 쉐어하우스형 공공임대주택 5만 가구 공급, 5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학기숙사 확대 계획을 구상 중이다.

문 후보의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제외하면 대규모 개발 공약은 자취를 감췄다. 충청 표심을 겨냥한 세종시 공약도 눈에 띈다. 문 후보와 안 후보는 개헌을 통해 세종시로 행정수도 이전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홍 후보와 유 후보도 국회를 세종시로 옮기는 방안에 찬성하고 나섰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제2의 붐을 맞은 세종시나 청년 주거 확대, LTV 강화 등 변화가 불가피한 이슈가 수두룩하다”며 “11·3대책 이후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에 더 찬바람이 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고 말했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부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시행 유예, 후분양제 도입 등 굵직한 정책 등이 공약에 포함된다면 정권교체에 따른 파급력이 더 커질 수 있다.

다만 이번 대선이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반론도 여전하다. 부동산114 임병철 리서치팀 과장은 “부동산 시장은 대선 자체보다 수요 공급, 지역 개발여건 등의 영향이 크다”며 “대규모 개발공약이 사라졌기 때문에 집값 등에 큰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002년부터 2012년까지 세 번의 대선이 치러지는 동안 뉴타운 열풍이 불었던 16대 대선을 제외하면 집값 상승 여파는 미비했다. 오히려 18대 대선 이후 전국 아파트값은 연말 기준으로 1.73% 하락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