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도가자, 보물 가치 없어”… 7년 진위 논란 마침표

입력 2017-04-14 05:01
2010년 고미술품 전시관인 다보성고미술이 ‘증도가자(證道歌字)’라고 주장하며 공개한 고려활자들. 7년에 걸친 진위 논란 끝에 문화재청은 13일 고려시대 활자일 가능성은 있지만 보물 ‘증도가’의 활자 진품으로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결론 내렸다. 국민일보DB

7년 논란이 종지부를 찍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고려시대 금속활자인지를 놓고 7년째 진위 논란을 겪어온 증도가자(證道歌字)가 진품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문화재청은 13일 고려금속활자(증도가자) 101점의 국가지정문화재 지정에 대한 동산문화재분과위원회 심의 결과 부결됐다고 밝혔다. 서체 비교, 주조 및 조판(組版·판에 활자를 맞춰서 짜넣는 작업) 실험, 출처와 소장경위 확인 등 종합적인 분석 결과 증도가(證道歌)를 인쇄한 활자로 보기 어려워 보물로 지정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방사성탄소연대 측정을 비롯한 과학적 분석 결과 고려시대 금속활자일 가능성은 있다고 덧붙였다.

증도가자는 고려시대인 1232년 이전 개성에서 간행된 불교서적 ‘남명천화상송증도가’(南明泉和尙頌證道歌·보물 제758호·일명 증도가)를 인쇄하는 데 사용됐다는 주장이 제기된 금속활자. ‘남명천화상송증도가’는 금속활자본이 전해지지 않지만, 금속활자본을 바탕으로 1239년 목판으로 찍은 복각본이 남아 있다. 2010년 9월 고미술품 전시관인 다보성고미술이 공개하면서 일반에 알려졌다. 증도가자가 진품일 경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 ‘직지심경’(1377)보다 최소 138년 앞서는 만큼 큰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비교할 수 있는 고려시대 금속활자가 남아 있지 않은 상황에서 진위 여부를 놓고 그동안 찬반 의견이 팽팽했다.

문화재청은 이날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등 3개 기관이 그동안 활자에서 채취한 먹의 방사성탄소연대 측정을 적정하게 진행했다고 인정했다. 이들 기관은 활자에 대해 상한 11세기 초부터 하한 13세기 초 사이에 만들어졌다고 추정했다. 하지만 문화재청은 “활자의 출토 당시 고고학적 증거에 대한 의문이 있고, 이후 보존환경의 신뢰성이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먹의 연대측정 결과로 활자의 연대를 추정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소장경위가 불분명하고 금속활자와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청동수반·초두와 비교조사가 불가능해 고려금속활자로 판단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또 문화재청은 활자와 그 활자로 찍었다는 주자본을 번각한 증도가 서책 글자와의 유사도 분석에서도 글자의 모양과 각도, 획의 굵기 등에서 차이가 클 뿐만 아니라 일관된 경향성도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주조 재현 및 조판 실험 결과 역시 증도가와 균일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결국 문화재청은 증도가자의 보물 가치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물 지정은 불가하다고 의결했다. 다만 문화재청은 “고려금속활자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면서 재심 여부를 묻는 질문에 “지금까지 확인된 증거나 자료 외에 고려금속활자를 증빙할 수 있는 추가 자료가 확보될 경우 지속적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증도가자의 존재를 처음 알린 서지학자 남권희(61) 경북대 문헌정보학 교수는 “증도가자 지정을 부정하려는 측에서 주조기법과 조판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현재 알려진 고려시대 주조기법은 없다. 따라서 활자 자체의 진위를 판정하는 결정적 기준이 될 수 없다”고 짚었다. 이어 “탄소연대측정 결과 고려시대에 주조됐다는 점은 과학적으로 증명됐다. 따라서 증도가자라는 명칭으로 지정 신청한 활자그룹을 한정하는 것이 문제라면 고려금속활자로서 역사적 가치를 인정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